[실전재테크]숨고르기 변동성 장세…실적주 찾아라
자동차, 기계, 운송, 반도체 등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
여름철을 맞아 상승세가 예측됐던 국내 증시가 유탄을 맞았다. 긴축 우려가 재차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올해 2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실적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닝 시즌의 막이 올랐다. 이달 셋째 주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성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 성적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역대 최대 실적 경신할 듯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6.01포인트(0.24%) 내린 2520.70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지난 5월12일 이후 오름세를 기록, 한달여 전인 지난달 9일까지만 해도 264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기록했고 결국 2520선까지 추락했다. 수출이 되살아나고 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가 여름철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분기 실적 시즌에선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권가는 2분기 실적 시즌을 주도할 업종으로 자동차와 기계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조6535억원, 3조242억원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35.4% 증가한 수준이다. 북미지역 등 글로벌 차량 판매 호조에 원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코스피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각각 646조원, 38조7000억원으로 고점 대비 추정치 하향폭은 미미하다"라면서 "코스피 2분기 실적은 원화 환산 수출 증가율과 마진을 고려했을 때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분기 실적은 품목과 지역별 수출 차이를 고려했을 때 지수보다 업종에 민감하게 작용할 듯하다"라며 "중국향 수출이 2분기 여전히 부진한 반면 미국향 수출은 견조했는데 자동차, 기계 중심 국내 주도주 구도는 실적 시즌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운송, 반도체, IT 하드웨어, 기계, 자동차, 철강 등을 2분기 이익 전망치 상향 업종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DB금융투자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기업 수가 많은 업종으로 건설·건축, 자동차,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을 꼽았다. 종목별로는 대한항공, SK바이오사이언스, 디어유, 케이카, 펄어비스, 한샘, 녹십자, 롯데케미칼, 팬오션, 신세계, DL이앤씨 등으로 판단했다. 한화투자증권은 IT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자동차 업종 등과 함께 개별 종목으로는 LG이노텍, 펄어비스, 일진하이솔루스, 하이비젼시스템, HMM, 컴투스 등을 제시했다.
2분기 실적 저점 전망…"하반기 기대감 더 커"
다만 2분기의 경우 전체적으로 실적 저점이 지나가는 시점인 만큼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는 설명도 나온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내수 기반보다는 글로벌 경기에 연동해서 볼 수밖에 없는데 실적주들도 결국에는 이와 관련된 종목일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의 추정치이고 3~4분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국내 기업의 실적을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실적 시즌에서 IT 기업 혹은 관련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상향한다든지 2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 기업 이익이 상승하는 국면이 등장하면 국내에서도 반도체, IT 업종 등의 전망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실적 때문이라기보다는 Fed의 통화정책 때문"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반기 중 실적이 괜찮은 종목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Fed의 7월 금리 인상이 확정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9월에도 인상이 이뤄질 것인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또 "이번 2분기는 지난 1분기보다 실적이 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3분기 되면 훌쩍 올라갈 것"이라며 "반도체주 중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조선주의 삼성중공업 등에 대해서 선호 업종·종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의 LNG(액화천연가스)선 주문과 관련된 성과가 올라가면 조선주 실적이 흑자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방산주도 유망 업종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유럽 등지에서 무기를 수입할 경우 향후 무기 시스템을 계속해서 쓰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산 업종의 실적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이번 2분기 실적 발표 기간 동안 실적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지만 단기 성과가 중요한 투자자에겐 오직 실적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이러니하게 실적 상향 종목들이 7월에 특히 성과가 부진하다"라며 "아무래도 실적시즌에 유행처럼 번져있는 '셀온(Sell-on)'의 우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잠시의 조정일 뿐 추정치 상향 종목군들은 8월에 다시 반등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실적주를 굳이 매도하는 전략보다는 기관 수급이 덜 유입됐거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실적주에 대한 관심을 갖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솔루션, 엔씨소프트, 카카오, 대한해운, 오리온,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진에어, 현대건설, 현대제철, 농심, 현대백화점, PI첨단소재, 이노션 등이 이러한 종목군에 속한다고 봤다.
또 실적 하향 추세에서 단기적으로 분기 실적이 상향되는 대형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셀트리온, 현대모비스, LG전자, 하이브, 삼성전기, 대한항공, 메리츠금융지주, 현대글로비스, 두산밥캣, 오리온, 현대제철 등을 제시했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큰 업종은 항공, 화학, 해운, 방송엔터, 전기장비 등이고 어닝 미스 가능성이 큰 업종은 정유, 호텔레저, 게임, 기술하드웨어, 조선, 철강, 화장품, 비철금속 등으로 분석했다.
외인, 반도체 편식하면서 실적 보인 종목 매수
외국인이 지난달 기준 상장 주식을 3200억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이들이 매수한 종목에 대한 관심도 유효한 투자 전략이라는 제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은 상장 주식의 경우 3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했고 691조7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 중 26.9%에 해당한다.
김 연구원은 "항상 맞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국내 증시는 사실 외국인이 사야 상승하는 장세였다"라며 "시가총액 대형주 중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관련주에 외국인이 확신을 보였는데 다른 곳으로 확산될 여지는 별로 있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반도체 편애는 이어지고 있다"라면서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전자보다 적극적으로 매수한 종목은 현대차·LG전자 등 확실한 실적을 보인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7월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매패턴이 변하고 있다. 매수하는 종목들은 올해 5~6월까지 오히려 비중을 줄였던 POSCO홀딩스, 에코프로 등인데 그만큼 주식시장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라며 "반도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되 단기적으로 올해 부진했던 종목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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