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강조 최태원…SK 핵심 임원들 상반기 경영 어땠나
주요 경영진 상반기 중간 성적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위기와 기회'의 경영 화두를 꺼내면서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핵심 임원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재계 2위'로 올라선 지 1년 만에 주요 계열사들은 영업 부진을 겪는가 하면 일부는 적자가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임원들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꼽히는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확대경영회의에서 "과거 경영 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다.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들은 물론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룹 차원에서 기존 핵심사업이던 정유, 석유화학, 통신이 성장 정체에 빠진 상태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주문이라 그룹 전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회장급 최고경영자(CEO)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중 갈등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상반기 동안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CEO 평가에 주가가 차지하는 기준을 높이면서 주가 관리도 시급하다. 특히 작년 그룹 인사에서 안정을 택했던 만큼 올 연말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어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룹 2인자'로 꼽히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협의회) 의장은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탄탄한 성과를 자랑한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이끌면서 최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와 사회적 가치 확산 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파이낸셜 스토리란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스토리로,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의 신뢰와 공감을 끌어내 성장을 가속하자는 전략이다.
1960년생으로 최 회장과 동갑인 조 의장은 2017년 협의회 의장에 오른 이후 지난해 4연임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세대교체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그가 그 대상이 될 만큼 시간이 흘렀다. 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횡령 관련 사법 리스크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조 의장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22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961년생인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화석연료 중심 사업을 그린(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카본 투 그린’ 전략을 통해 30%(2020년)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2025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의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지만, 정유 등 상반기 실적 부진이 문제다. 최근 1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가도 부진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유정준 부회장은 올해부터 북미 사업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SK E&S 대표에서 물러났다.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등 이른바 'BBS' 사업에서 북미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사업의 목표는 수익보다 탄소중립 기여"라고 그 스스로 밝혔듯 그룹의 탄소중립에 있어서 막중한 역할을 도맡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가시화된 성과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장동현 SK㈜ 부회장도 주가가 뼈아픈 부분이다. 지난해 투자 전문 지주사로 전환을 시도했고, 올해에는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4일에는 민관 합동 소형모듈원전(SMR) 얼라이언스 회장사에 오르며 차세대 에너지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최근 11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면서 "2025년까지 주가를 200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발언은 주주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박정호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장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단 중에 제일 나이가 어리다. 실적이 문제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에 빠지면서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만 5조~7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용량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하반기 반등 기대감은 높다. 주가도 지난달 신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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