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의 '낭만 이적'…연봉 포기하고 돌아온 무고사

김명석 2023. 7. 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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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 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무고사. 사진=인천유나이티드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를 알린 뒤 시그니처 포츠를 취하고 있는 무고사. 사진=인천유나이티드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은 연봉도, 고액 연봉 보전도 필요 없었다. 오직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만을 원했다. 인천이 아니면, K리그 복귀는 의미가 없었다. 인천 팬들을 울리고, 다른 K리그 팬들도 박수를 보낸 낭만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현실이 됐다.

무고사(31·몬테네그로)가 인천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여름 비셀 고베(일본)로 떠난 지 꼭 1년 만이다. 무고사는 2018년 인천에 입단한 뒤 4년 반 동안 인천에서만 뛰었던 레전드다. K리그 통산 68골·10도움이라는 기록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구단들의 숱한 이적 제안에도 잔류를 택하는 충성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팬들은 송도에 거주하던 그에게 ‘송도 무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무고사 동상을 세워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여름 눈물과 함께 인천과 이별했다. 고베가 100만 달러의 바이아웃(이적 허용 금액), 그리고 2~3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인천은 이적을 막을 길이 없었고, 연봉 규모상 설득도 쉽지 않았다.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무고사도 결국 일본행을 택했다. "인천에서 100골을 넣겠다고 약속했는데, 언젠가 그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다짐을 더하고 떠났다.

고베 이적 후엔 고난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활용법 탓에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고베 이적 후 1년 간 J리그 6경기(선발 1경기·출전시간 88분) 출전이 전부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컵대회를 포함해도 11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고베 입장에선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선수를 곧바로 이적시킬 수도 없었다. 모두에게 안타까운 시간만 흘렀다.

골을 넣은 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무고사. 사진=프로축구연맹
사진=프로축구연맹

친정팀 인천이 손을 내밀었다. 1년간 제대로 뛰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내부에서 나왔다. 고액 연봉인 만큼 부담도 컸다. 그러나 무고사가 가진 능력과 상징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고베 측에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무고사와 개인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고베는 무고사에게 계약 해지를 제안했다. 인천이 무고사와 내년 1월 이적 계약에 합의하면, 여름 이적은 불가능하고 남은 기간 고액의 연봉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무고사가 결단을 내렸다. 남은 고액의 연봉을 포기해서라도 인천 복귀를 원했다. 이 과정에서 K리그는 물론 다른 구단들의 제안은 모두 단칼에 거절했다. K리그로 돌아가면, 오직 인천으로만 간다는 게 무고사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인천과의 계약 협상에선 고베에서 받던 고액 연봉 보전마저 포기했다. 인천에서 받았던 연봉과 비슷한 수준에 합의했다. 

인천 구단은 특별한 오피셜로 레전드의 귀환을 알렸다. 오피셜 사진을 통한 공개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무고사의 입국 장면, 그리고 겉옷을 벗으면서 인천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공개하는 ‘옷피셜’까지 함께 선보였다. 무고사의 복귀를 바랐던 인천 팬들에게는 더없이 값진 깜짝 선물이기도 했다.

무고사는 인천 합류 직후부터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집을 구하는 대로 몬테네그로에 있는 가족들도 귀국해 다시 한국살이에 나설 예정이다. 소속팀 인천은 리그 9위까지 처져 있다. 반등이 절실한 시점에 무고사가 돌아왔다. 무고사 효과를 앞세워 인천의 상승세가 다시 시작되면, 이 낭만적인 스토리의 끝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깜짝 귀국길에 올랐던 무고사의 모습. 사진=인천유나이티드
공항 도착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인천 유나이티드 복귀를 알린 뒤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촬영 중인 무고사의 모습.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전달수(왼쪽)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와 무고사.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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