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기도 결국 '그들만의 리그' [기자수첩-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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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자라 거절당했어요.", "애초에 신용점수가 낮으면 갈아탈 수 없네요.", "채무 통합은 왜 안 되나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31일부터 지난 달 30일까지 한 달 간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이동한 자금 가운데 92.2%는 1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옮겨간 돈이었다.
업계에서는 2금융권만 제공할 수 있는 후순위담보대출이나 통합 대환대출 등 상품 라인업 확대와 그에 따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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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 전유물로 전락 실태
2금융권 참여·통합 대환 절실
"다중채무자라 거절당했어요.", "애초에 신용점수가 낮으면 갈아탈 수 없네요.", "채무 통합은 왜 안 되나요."
대환대출 인프라는 고금리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탄생했다. 스마트폰에서 낮은 금리의 대출로 쉽고 편하게 갈아타라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다. 대환대출을 둘러싼 목소리는 칭찬보다는 실패의 후일담으로 가득하다. 괜한 소망이 불러온 더 큰 상실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까지 대환대출의 주 고객은 애당초 제1금융권을 이용하던 고신용자들이다. 중·저신용자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해지는 대목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31일부터 지난 달 30일까지 한 달 간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이동한 자금 가운데 92.2%는 1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옮겨간 돈이었다.
반면 1금융권으로 진입을 희망했던 이들은 대부분 높은 허들만 실감해야 했다. 같은 기간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탄 자금의 비중은 4.7%에 불과했다. 나머지 중 2.5%는 2금융권 내에서의 이른바 옆그레이드 사례였고, 심지어 0.6%는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중·저신용자들의 최대 걸림돌은 낮은 신용점수와 다중 채무다. 대환대출 조회 시 추천되는 상품들의 금리가 오히려 더 높거나 한도가 축소되는 등 웃픈 해프닝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 대환대출이 막혀 있는 점도 불리한 구석이다. 다중채무자들로서는 여러 건의 대출을 통합해 이자를 줄이고 싶은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1대 1 대환만 가능하다. 아직 시스템 초기란 게 변명의 이유지만, 당장은 기약 없음이 팩트일 뿐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이를 직접 운영하는 현장에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대환대출을 중개하는 핀테크들은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상품이 많아지려면 2금융권 참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은 대환대출 플랫폼에 소극적이다. 괜히 발을 담갔다가 고객만 뺏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저축은행 4곳 중 3곳은 대환대출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현재 79곳에 달하는 저축은행 중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한 곳은 18곳뿐이다.
이제까지의 결론만 놓고 보면 대환대출 인프라는 정책실패다. 아직 출시된 지 2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시점이 변명거리가 될 수 있겠으나, 비판을 멈추게 할 명분은 아니다.
정부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 왔다. 그리고 구호의 핵심에는 언제나 서민이 자리해 왔다.
그러나 실태는 1금융권, 그들만의 리그다. 겉으로는 서민금융이란 허울을 쓰고 있지만, 알맹이는 고신용자의 전유물이다.
섣부른 행정이 낳은 아이러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을 끌어 들인 유인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2금융권만 제공할 수 있는 후순위담보대출이나 통합 대환대출 등 상품 라인업 확대와 그에 따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대 정부의 근본 사상인 관료제는 공리주의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공리주의는 '가장 좋은 결과란 무엇인가'란 결과주의적 질문에서 시작됐다. 결과주의가 정의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책은 결과로서 평가받는다. 의도가 선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 우리가 정부에 바라는 건 따뜻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의 한 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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