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에 시간표 없는 모호한 약속…바이든 구상 반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조건이 충족될 때’라는 단서를 달고 우크라이나 가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방법과 시기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토는 대신 추후 가입절차가 개시될 때 이를 간소화하기로 하고, 지속적인 무기지원을 약속했다. 나토 정상회의 결과물은 대체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대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31개국은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나토에 있다”며 “우리는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또 “우크라이나는 이미 ‘멤버십 액션 플랜(MAP)을 넘어섰다”며 민주주의와 군사 통합에 관한 나토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진전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회원국들이 동의하고 (가입)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장을 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AP는 나토 가입 신청국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인데, 이를 우크라이나에 한해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구체적인 가입 시기나 일정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면 즉각 가입할 수 있는지 확답을 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요청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공동성명은 대신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독립과 주권, 영토 보전을 계속 수호할 수 있도록 정치적, 실질적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필요한 동안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군 현대화 등을 위한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 추진, 기존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commission)의 ‘평의회’(council) 격상 등을 합의했다. 우크라이나는 평의회 회의 때 나토 회원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첫 회의는 12일 열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가입 경로는 ‘투 스텝’에서 ‘원 스텝’ 절차로 바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가입에 관해) 이전에 보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방법과 시기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건 ‘우크라이나는 회원국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을 러시아 전쟁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트위터에 “불확실성은 나약함이다.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전례 없고 터무니없다”며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초청하거나 동맹국으로 만들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이는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흥정할 기회를 남겨두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 이후 “내일 우리는 빌뉴스에서 우리의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처를 하려는 파트너의 의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대표단이 젤렌스키 대통령 트윗에 격노했다”고 전했다.
나토 공동성명은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이라고 지목했다.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전략 개념’을 업그레이드하며 처음 언급했던 중국 관련 내용을 이번 공동성명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공동성명은 “중국은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부문, 중요 인프라, 전략 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려 하며 우주와 사이버 공간, 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뒤엎으려고 노력한다”며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전략적 종속을 만들고 영향력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나토는 “동맹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여에 열려 있다”면서도 “중국의 강압적 전술과 동맹 분열 노력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공동의 가치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는 또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며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러시아에 대한 치명적 원조를 자제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나토는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핵심 전략 지역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여도 언급했다. 공동성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사태 전개가 유로·대서양지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이 지역은 우리에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파트너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것을 비롯해 유로·대서양지역 안보에 공헌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사이버방어와 기술, 하이브리드 등 공동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국제법규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한다는 공동의 약속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나토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프로그램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비롯해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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