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해부]①非은행 순익 기여도 신한·KB 맞먹어…하이투자가 수도권 진출 발판

유제훈 2023. 7. 12. 06: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증권·자산운용·보험 등 비은행 영역 강점
대구銀 시중은행 전환 요건 갖춰
5대 금융지주·인뱅 3사 지배력 넘어야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DGB대구은행이 환갑(還甲)을 앞두고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전격 선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로 지방 금융회사의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은행·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업을 망라한 강소형 종합금융그룹이 된 DGB금융그룹이 중앙에서 혈로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딩 지방은행서 3위로…M&A로 극복

1967년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은 오랜 기간 '지방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해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3년 3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17조7000억원으로 부산은행(15조7000억원), 경남은행(10조5000억원), 광주은행(8조6000억원) 등을 가볍게 제쳤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한 조선·해운업 호황과 대구·경북 지역 침체의 영향으로 순위는 뒤집혔다. 2007년엔 부산은행 22조4000억원, 대구은행 22조2000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순위가 역전됐다.

결정타는 금융지주회사 체제 등장 이후였다. 초대 한춘수 회장(2011~2014) 체제에서 DGB금융은 2012년 경남은행, 광주은행 인수전에 차례로 나섰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경남, 호남 기반 은행이라는 지역논리를 이겨내지 못한 까닭이다. 지방 리딩뱅크 자리를 둔 경쟁에서 은행을 2개씩 거느린 BNK·JB금융에 앞순위를 내줘야 했던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이후 DGB금융은 종합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었다. 초대 한 회장 시절인 2012년엔 DGB캐피탈(구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을 인수했고, 2대 박인규 회장 체제에선 2015년 DGB생명보험(구 우리아비바생명보험), 2016년 하이자산운용(구 LS자산운용)을 그룹사로 편입시켰다.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예솔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사 인수에도 적극적이었다.

M&A가 본격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현임 외부 수혈 인사인 김태오 회장 체제에서다. 하나금융 출신으로 다양한 직위를 거쳐 '기획통'으로 불리는 김 회장은 2018년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서 증권사를 품에 안았고, 2021년엔 벤처캐피탈(VC)사인 하이투자파트너스(수림창업투자), 핀테크사인 뉴지스탁을 잇달아 인수하며 종합금융사로서 면모를 일신했다. 2021년 자본시장 관련사의 브랜드를 '하이'로 통일하면서 중앙 진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간 통폐합을 통해 덩치를 키운 시중은행, 산하에 은행을 2개씩 두고 있는 BNK·JB금융에 비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종합포트폴리오 '강점'…비은행 기여도는 주요 금융사 제쳐

DGB금융의 강점은 다른 지방금융사 대비 탄탄한 종합금융 포트폴리오에 있다. 경쟁상대가 될 국내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와 비교하면 손해보험사, 저축은행 정도만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지방 리딩뱅크를 두고 경쟁했던 BNK금융과 JB금융이 각기 보험사와 증권·보험사를 거느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다.

DGB금융은 특히 2018년 서울 소재 중형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수도권 진출의 기반을 닦았다. DGB금융은 최근엔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의 대세인 은행·증권 복합점포 '디그니티(DIGNITY) 센터'를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중심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런 종합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DGB금융은 순이익 중 비은행 분야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DGB금융의 순이익 중 비은행 기여도는 35%로 신한금융(37%), KB금융(36%)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은행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하나·우리금융(10%대)보다도 앞선 수치다.

시중은행 전환, 절차는 'OK' 전망은 '글쎄'

회심의 한 수인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한 걸림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주요주주가 국민연금공단(8.78%), OK저축은행(8.00%), 삼성생명(3.35%) 등으로 동일인·비금융주력자 규제에서도 비켜서 있고 자기자본 역시 7000억원 수준으로 은행법이 정한 최소 기준(1000억원)을 웃돈다. 금융당국 역시 시중은행 간 경쟁 강화를 위해 전환에 적극적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엔 수도권은 물론,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충청 지역에서도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강원과 충청을 기반으로 한 충청은행, 강원은행, 충북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각기 하나·신한은행에 합병됐다. 황병우 행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한 구체적 비전으로 중신용 중소기업 대출 특화, 디지털 역량 강화 및 핀테크와의 협업 강화 등을 꼽았다.

다만 업계에선 시중은행 전환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에선 이미 전국구로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데다, 오프라인에서도 5대 금융지주 등 기존 은행권의 시장지배력이 탄탄하단 이유에서다. 일례로 선두권 시중은행의 총자산은 500조원대로 대구은행의 7배 수준에 이른다.

지방금융 한 관계자는 "인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이후 수도권 영업망을 확충하고 자본력을 확대하기 위한 증자를 추진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기업대출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만큼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