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남남' 되나…김여정 '대한민국' 담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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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틀 내놓은 담화에서 우리 측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이 남한을 특수관계로 보는 대신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는 '두 개의 조선'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앞서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 개정을 통해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언급을 삭제한 것을 두고도 정세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같은 맥락의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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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민족에서 국가 간 관계로 변경 의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틀 내놓은 담화에서 우리 측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이 남한을 특수관계로 보는 대신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는 '두 개의 조선'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전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적화통일 포기'로 볼 수 있는 당 규약 개정이 이뤄진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김 부부장이 '대한민국' 단어를 일회성으로 쓴 것만으로 이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이 남북관계를 민족에서 국가 간 관계로 변경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라며 "김 씨 남매에게 할아버지, 아버지도 지켜온 ‘남북 특수관계’ 대원칙 손자 대에서 ‘국가 간 관계’로 변경하려는지 공개 질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관계로 변경하려 한다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후 30여년간 유지되온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근본적으로 뒤집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그에 대응한 입법, 제도적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이 이같이 주장한 것은 전날부터 이틀간 발표한 두 건의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써서다. 북한이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회담이나 합의문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됐으며, 주요 매체나 문건, 담화에서는 '남조선'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남북 특수관계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 부부장이 남한을 이례적으로 '대한민국'이라고 부른 것은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앞서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 개정을 통해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언급을 삭제한 것을 두고도 정세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같은 맥락의 해석이 나왔다. 북한이 '남한 혁명통일론'을 포기하고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보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1970년대만 해도 '두 개의 조선' 논리는 '미제의 책동'이라며 배척해 왔다. 당시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남조선을 저들의 상품시장으로, 식민지로 만들려는 목적 밑에 미제의 '두 개 조선' 정책에 적극 추종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1991년 유엔 동시 가입을 계기로 사실상 무너진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두 국가지만 대내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한 국가인 '특수관계'를 성립시켰지만, 지난 30년간 남북 간의 정치·경제적 괴리가 점차 커지면서 '하나의 국가' 논리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 부부장의 최근 담화만으로는 북한이 '두 개의 국가' 전략을 정말로 공식화했는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SNS서 "저게 그냥 비틀기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단어를 새로운 표현으로 쓰는 건지는 반복인가 아닌가가 관건"이라며 "저게 일회성이라면 그냥 김 부부장이 한 번 비꼬아본 것"이라며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역시 김 부부장의 발언이 '전례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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