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천 년에 한 번 올 폭우, 한쪽선 47도 폭염 "이게 뉴노멀"
미국이 올여름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기후현상인 폭염과 폭우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뉴욕·버몬트주(州) 등이 있는 북동부 지역은 천 년에 한 번 올 폭우에 신음하고, 텍사스·애리조나주 등이 있는 남부 지역은 섭씨 40도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중국 등에서도 이런 기후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제 극단적인 날씨가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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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中 폭우·폭염 동시에 덮쳐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버몬트·뉴햄프셔주 등 미국 북동부에서 최대 250㎜에 달하는 비가 쏟아져 주택 수십 채가 파손되고 도로와 자동차가 물에 잠겼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이번 폭우로 1300만명이 홍수 경보를 받았고, 일부 지역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뉴욕주 허드슨 강 인근에 있는 하이랜드 팔스에서 40대 여성 한명이 집을 떠나려다 익사했고, 수백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이번 폭우가 1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라면서 펜실베이니아·뉴욕·매사추세츠·메인·뉴햄프셔·뉴저지·코네티컷주 일부 지역에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록적 폭우"라면서 "이 지역이 이상하고 특별한 기상 현상의 한가운데 있다"고 했다.
반면 텍사스·애리조나·플로리다·캘리포니아·네바다주 등 미국 남부에선 지난달부터 계속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10일 현재 약 5000만명이 폭염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이번 주에 최대 섭씨 54도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는데, 이는 지구 상에서 역대 가장 높은 기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도 섭씨 47도까지 치솟으면서 이 지역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의 경우 최근 11일 연속 섭씨 43도 이상을 기록했는데, 앞으로 며칠간은 기온이 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폭우와 폭염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 아니다. 일본과 중국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은 10일 서남부 지역인 규슈(九州)에 약 400㎜에 달하는 물 폭탄이 떨어져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5명이 숨졌다. NHK는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폭우"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날 수도 도쿄가 있는 중부 지방은 섭씨 38도가 넘는 무더위로 열사병 증세를 보이는 환자 수십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중국은 이달 초 수도 베이징(北京)이 있는 북부 지역은 40도가 넘는 폭염이었지만, 충칭(重慶)·청두(成都) 등이 있는 남서부 지역은 폭우로 최소 15명이 숨지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충칭에서는 다층 건물 일부가 폭우로 인해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무너지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NYT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일반적으로 여름에 무더위와 함께 장마를 동반하지만, 올해는 더위와 집중호우 현상이 유난히 강렬하다"고 전했다.
지구 기온 신기록에 이상기후 심화
이렇게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난 6일 17.23도로 신기록을 나타내는 등 올해 지구 온난화 현상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기상 전문가들을 인용해 더 뜨거워진 대기로 극심한 폭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 탬파베이 국립기상청의 로드니 윈 기상학자는 "따뜻한 공기는 팽창하고 차가운 공기는 수축한다. 공기가 가열되면 부피가 더 커지면서 더 많은 수분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해 비가 내리는 지역에선 더 많은 강수량을 쏟아붓는다는 뜻이다.
즉 폭염과 폭우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온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찾아와 대기로 추가 열을 방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혹독한 폭우와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공존하는 양상에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게 바로 우리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했다. NYT는 이제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가 흔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충격받지 않고,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지난달 섭씨 35도를 찍고, 11일 집중호우가 퍼붓는 등 극단적 기후를 겪고 있다. 민간 기상업체 웨더아이의 박경원 예보실장은 "한국은 여름에 장마전선 위치에 따라 중부에 폭우가 올 때 남부에는 폭염이 찾아오는 등 지역 편차가 심한 편인데, 올해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요란하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런 기후에 점점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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