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함 드러낸 김여정 협박…그뒤엔 나토·아세안 손잡는 한국

정진우 2023. 7.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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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미 공군의 정찰 활동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7차 핵실험 위협에 '올인'한 이후 사실상 협박을 위한 밑천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 북한이 이번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내세워 미국을 상대로 한 '정찰기 격추' 위협에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0·11일 이틀 연속 미 공군의 정찰 활동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미 공군 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8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침범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김 부부장은 11일 담화에선 “반복되는 무단 침범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대미(對美) 무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날 성명이 '김정은의 위임'을 통해 발표됐다고 강조했다. 미군기에 대한 '격추 위협'이 김정은의 대미 메시지란 의미다.

북한은 미 공군 정찰기가 8차례에 걸쳐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EEZ는 외국 항공기의 항행 자유가 보장되는 구역이다. 사진은 11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U-2S 고공정찰기가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재 강화에 '국제 공조'까지…벼랑 끝 몰린 北


북한은 지난해부터 8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 수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북한이 처한 대내외 여건은 한층 악화했다. 사진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모라토리엄(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유예 조치)을 파기하며 무력 도발의 강도를 높여 왔다. 최소 8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을 조성하고 7차 핵실험까지 위협했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 중단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민생 제재 해제 등 북한의 요구 사항은 전혀 관철되지 못했다.

오히려 한·미·일 공조로 고립 국면이 심화됐고, 그 과정에서 각국의 연합 독자제재로 전례 없는 강도의 제재에 직면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개최하는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다. 공동취재단

특히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전 정부와 달리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가 북한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의 연쇄 성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11~12일 리투아니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나왔다는 점자체가 북한이 한국의 ‘안보 외교’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협 등 안보 위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나토 동맹국 및 AP4(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간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윤 대통령은) 상호 파트너십 구축과 함께 회원국-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공조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도 "北 미사일은 평화 위협"


오는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박진 장관 역시 북핵 공조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ARF 외교장관 회의의 경우 통상 의장 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되는 ‘한반도 문안’이 담긴다.
지난 5월 아세안 지도자들은 제42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에 “북한의 ICBM 시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되는 사태”라는 내용이 담긴 만큼 이번 ARF 의장 성명 역시 북한의 무력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안보협의체인 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각국이 비핵화에 뜻을 모으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를 갖는다.


NCG·연합훈련으로 北 옥죈다


한미 정상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적 측면에선 오는 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개최된다. 이에 발맞춰 미국은 이달 중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에 전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8월엔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데,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훈련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으로선 ▶대북 제재 강화 ▶국제사회 북핵 대응 공조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최악의 여건에서 오는 27일 '전승절(6.25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한·미 동맹의 공해상에서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에 대해 허위·왜곡 선전을 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의도적인 긴장 조성과 도발 위협 언동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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