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원박람회 낳은 순천만 갈대밭 1990년대 후반에 사라질 뻔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
지난 4월 1일 개막해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박람회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올해와 지난 2013년의 국제 정원박람회는 순천만 갈대밭의 생태관광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이 순천만 갈대밭도 1990년대 후반에는 훼손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순천시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순천시를 관통하는 동천과 이사천에 제방을 쌓아야 하고, 그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갈대밭을 준설해 골재를 채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지난 1996년 12월 ‘깃대종 살리기’ 캠페인 지면을 통해 위기에 처한 갈대밭과 이곳을 찾는 흑두루미를 보호하자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국가 정원과 ESG' 주제로 학술대회
한국ESG학회는 ESG 분야, 즉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해서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연구하는 학술 모임이다.
‘국가 정원과 ESG’를 주제로 한 이 날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최덕림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은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는 순천시 시가지가 갈대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번 박람회는 정원을 확장해서 아예 도시 안으로 정원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순천시(시장 노관규)는 지난해 여름부터 8개월 동안 집중적인 작업을 통해 박람회를 준비했고, 193㏊ 면적 안에 키즈 가든과 노을 정원, 그린 아일랜드(잔디 길), 가든 스테이(숙소) 등을 조성했다.
흑두루미 위해 전봇대 282개 뽑아
전봇대를 뽑은 것은 노 시장의 아이디어였는데, 2009년 당시 순천만 963만2700㎡가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앞서 순천만은 2003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2004년 11월에는 자연생태공원이 문을 열었다. 또, 2006년 1월에는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이 됐다. 개발과 보존의 갈등을 겪던 순천만이 점차 보존 쪽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지난 2013년 순천시가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추진했을 때 행정안전부나 환경부 등은 퇴짜를 놓았고, 유일하게 산림청이 지원했다. 당시 "정원 박람회를 개최하면 순천시는 망한다"는 비아냥도 없지 않았다.
'깃대종 살리기 운동' 성공 사례
2002년 10만 명이던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팬데믹 전인 2019년에는 617만 명에 이르렀다.
물론 코로나19 이후엔 다소 주춤했다.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도 1996년 79마리에서 지난겨울에는 1만1000여 마리로 크게 늘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새들이 죽어 나가던 일본 이즈미와는 대조를 이뤘다.
허남식 한국ESG학회 부회장은 "전반적으로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서도 순천시의 인구는 2002년 27만1100명에서 2020년 28만2200명으로 늘었다"며 "생태 도시로 자리 잡은 덕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순천시의 정원박람회 성공은 1996년 중앙일보가 진행한 ‘깃대종(種) 살리기’ 캠페인의 의도가 그대로 현실화된 사례다.
깃대종(Flagship Species) 살리기 운동은 각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징을 반영하는 상징 동·식물을 선정, 보전하자는 운동으로, 깃대종을 보호함으로써 지역 생태계 전반의 회생을 꾀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를 살려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사업이다.
조홍제 전 국방대학교 책임연구위원은 “국가 정원사업이 지속하려면 중앙정부, 나아가 글로벌 차원의 국제사회와 연계하려는 노력과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청소년 세대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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