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이성적 공포, 중세 마녀사냥과 비슷”

김형구 2023. 7.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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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원자력공학 포스버그 박사 인터뷰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 원자력공학 수석연구원 찰스 W. 포스버그 박사가 2010년 12월 22일 미 싱크탱크 CSIS에서 ‘핵 연료 주기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CSIS 홈페이지 캡처
“공중 보건 관점에서 볼 때 바다로의 방류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releasing the water is a non-problem).”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원자력공학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찰스 W. 포스버그 박사는 10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된 중앙일보의 서면 인터뷰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방사성 물질의) 수치가 극히 낮다”며 이렇게 말했다.

포스버그 박사는 “암석에서 침출된 자연 상태의 방사성 칼륨과 우라늄이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바닷속에는 이미 자연적으로 생긴 방사성 칼륨과 우라늄, 그리고 삼중수소가 상당량 함유돼 있다”고 했다.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더라도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미네소타대 학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원자력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포스버그 박사는 MIT에서 핵연료 주기 연구를 총괄 지휘했다. 현재는 불화염-냉각 고온 원자로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원자력학회(American Nuclear Society·ANS)와 미국과학진흥협회 펠로우로 있는 그는 2014년 원자력 에너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원자력학회로부터 시보그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에서 손꼽히는 원전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0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한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 원자력공학 수석연구원 찰스 W. 포스버그 박사. 사진 MIT 홈페이지 캡처

포스버그 박사는 인터뷰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 보고서를 불신하는 한국 내 분위기에 대해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방사능 자체보다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이 위험 요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에 따르면 원전 사고나 운영으로 인한 가장 큰 위험은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의 시위가 삼중수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방사능 공포도 한 세기 지나면 달라질 것”


포스버그 박사는 “서양 사람들이 한국의 반일 시위에 대한 글을 읽을 때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양국 사이에는 매우 나쁜 역사가 있다”며 “1700년대 미국에서도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산 채로 불태웠으니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사능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 세기가 지나고 나면 오늘날 마녀에 대한 공포를 대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방사선에 대한 공포를 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세 마녀사냥을 현대인들이 비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불합리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100년이 지나면 방사선에 대한 지금의 두려움도 지나치다고 여기게 될 거란 뜻이다.

포스버그 박사는 “태양에너지는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며 “핵융합 원자로는 핵분열 원자로보다 삼중수소를 1만배 더 많이 생성하는데 삼중수소를 정말 두려워한다면 핵융합 반응에 기반한 태양에너지 등 모든 핵융합 연구를 중단하라는 시위가 일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 홈페이지에 소개된 원자력공학 수석연구원 찰스 W. 포스버그 박사 프로필. 사진 MIT 홈페이지 캡처

포스버그 박사는 최근 3년간 대유행한 코로나19 사례를 들어 “공중 보건상 실제 위험과 대중의 시위 및 행동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데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공기 필터를 대규모로 설치해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막았기 때문”이라며 “추운 기후의 캐나다에서는 공중 보건 당국이 수십 년 동안 실내 공기를 통한 질병 전파를 우려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중교통과 건물 소유주의 비용 발생 등을 이유로 공기 필터가 적재적소에 설치되지 않았다. 포스버그 박사는 “실제 위험성은 매우 높지만 대중의 요구는 적고 정부 대응이 효과적이지 않았던 반대 사례”라고 했다. 공기 필터의 미설치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치명적으로 높이지만 정작 이에 대한 대중의 요구는 적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아 결국 미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방사능 공포’와는 정반대 케이스라는 설명이다.


“IAEA 보고서 신뢰? 정치학자에게 할 질문”


포스버그 박사는 ‘IAEA 종합 보고서 내용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정치학자에게 더 적절한 것일 수 있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오염수 방류의 환경 영향을 분석하는 국제기구의 평가는 ‘과학’의 영역일 뿐이며 신뢰성 여부가 문제되는 건 ‘정치’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뜻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원자력학회 이사로 활동한 찰스 W. 포스버그 박사는 원자력 관련 논문을 300편 이상 발표했고 12개의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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