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32번째 나토 회원국 된다… 유럽 안보 지형 격변 예고

김지애,전웅빈 2023. 7. 1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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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가입 동의로 입장 선회
중립국 지위 지키다 전쟁 이후 신청
러에 맞선 나토 단결 더 강화 전망
옌스 스톨텐베르그(가운데) 나토 사무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가 이른 시일 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UPI연합뉴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동의하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스웨덴이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되는 것이 유력해졌다. 이는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대치하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의미여서 북유럽 안보 지형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게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과 튀르키예는 테러리즘에 맞서 양자 간 협력을 계속하고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도움을 주며 나토는 새로운 ‘대테러 특별조정관’을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기간 안보정책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중립국 위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5월 나토 가입을 함께 신청했다. 핀란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 지난 4월 나토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스웨덴의 경우 튀르키예 반대로 가입이 지연되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두둔한다며 가입에 동의하지 않았다.

함께 반대하던 헝가리도 스웨덴의 가입을 위한 국내 비준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페테르 씨야트로 외무장관은 “비준 절차를 완료하는 것은 이제 단지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향 선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물밑 교섭으로 F-16 전투기 구매, 튀르키예의 EU 가입 여부 논의 등 원하던 성과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튀르키예와 함께 유럽과 대서양 지역의 방위 및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나토 정상회의가 시작된 11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했다.

지난 4월 핀란드의 합류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북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먼저 나토는 스웨덴의 가입으로 회원국 영토를 발트해를 가로질러 북유럽과 북극해까지 확장하게 된다. 북유럽 및 북극해를 아우르는 지역방어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나토는 그동안 제한적 수준에서 스웨덴, 핀란드와 합동 군사훈련을 해왔다. 나토는 스웨덴이 보유한 전투기·탱크 수백대, 군인 2만여명 등 상당한 수준의 군사력도 확보하게 된다.

나토는 또 발트해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의 경우 러시아,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 선임연구원은 “스웨덴이 합류하면 발트해가 ‘나토의 연못’이 된다”며 “이에 따라 유럽 중북부에 안보와 군사적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특히 러시아에 익숙한 두 나라와 함께 대러시아 단결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북유럽 국가(스웨덴과 핀란드)는 수십년 동안 러시아와의 ‘까다로운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해 상대의 사고방식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완료하는 것은 이 중요한 시기 모든 나토 동맹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단계”라고 말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중립국으로서 균형을 유지해온 두 나라의 나토 합류로 긴장의 완충지대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대결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유럽에서의 전쟁 위험도 한층 더 커지게 된다. 미국·유럽 등 서방과 러시아·중국 사이 신냉전 구도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지애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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