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예술가들이다
말고 작은 기쁨 찾아 인생을
작품으로 바꾸어 나가자
일상은 나날이 반복되는 삶이다. 눈에 띄는 특별한 일도 없고, 음미할 만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이를 일상이라 한다. 관심 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바람이 살짝 건드린 강물처럼 너무나 하찮고 사소해 며칠만 지나면 사라져 잊힐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한없이 반복될 때, 우린 인생무상을 느낀다.
문제는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인생의 견고한 실체를 이룬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 일상이 이토록 거품만 같다면 우리 삶은 아무것도 아닐 테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일상의 기예’(문학동네)에서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세르토는 우리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거나 크고 작은 규율에 얽매여 기쁨을 얻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라고 말한다. 돈과 권력을 쥐고 일상을 지배하는 강자들의 전략, 즉 우리 사지를 붙잡고 얽매어 삶의 기쁨을 빼앗고 공허의 쳇바퀴를 굴리게 하는 힘 앞에서 우리는 언뜻 무기력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중 가장 약한 이들도 권력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스리슬쩍 일상 한순간을 자유의 축제, 기쁨의 불꽃놀이로 고쳐 쓰면서 살아간다. 우리에겐 누구나 정해진 질서, 답답한 세상을 흔들고 흐트러뜨리며 어긋나게 하는 해방의 힘, 자유의 기술이 있다. 세르토는 이를 ‘일상의 기예’라고 부른다.
가령 제조사나 발명가의 뜻대로 사용되는 기술은 세상에 없다. 사용자들은 기계를 제멋대로 뜯어고치고 기술을 맘대로 변주해서 원래는 도무지 상상 못 할 사용성을 발견한다. 미국 미디어 이론가 케빈 켈리에 따르면 보통 사람의 이런 주변적 창조성이 언제나 천재 발명가의 창조성을 압도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래를 보려면 드러난 영웅인 스티브 잡스의 삶을 좇을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기예를 발휘해 일상에서 어떻게 아이폰을 사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예술가들이다. 시키는 대로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어진 인생 경로를 좇아 살고, 정해진 업무 스타일대로 일하는 대신 순간순간 꾀부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붙잡아 예측 불가능한 기쁨을 끌어내려 애쓴다. 우리 노력은 자주 실패로 돌아가지만 종종 성공해서 짜릿한 행복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세르토는 말한다. “우리는 왔다 갔다 하면서, 사로잡히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다가, 항의하기도 했다가, 달아나기도 한다.” 우리는 겉으로 온순하고 조용한 듯하지만 순간순간 재주를 발휘해 위반의 쾌락, 변화의 기쁨을 끌어낸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나온 한 주인공처럼 야근하면서 상사의 감시를 피해서 몰래 가고 싶던 콘서트 표 예약을 시도하고 또 성공한다. 야근비도 챙기고, 좋은 사원도 되고, 욕망도 실현하는 작은 가능성을 기어이 현실로 만들어 낸다.
세르토는 평범한 영웅들이 움켜쥔 사소한 기쁨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익명의 인물들이 이룩하는 자잘한 창조 속에 진실의 속삭임이 있다고, 주변에서 점차 중심으로 이동하는 예지의 목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아무도 아닌 자로 무의미하게 사는 듯하나, 우리가 살면서 순간순간 발굴하는 기쁨의 물방울이 쌓이고 모이면 어느 순간 세상을 뒤엎을 파도를 일으킨다.
아무리 시시해 보이는 삶도 일상의 기예를 발휘하면 거대한 작품이 될 수 있다. 폴란드 작가 비톨트 곰브로비치는 말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나는 언제나 근처에 있는,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 온갖 작은 즐거움에 더욱더 기대야 했습니다. 당신은 이 작은 사소한 것들로 인해 우리가 얼마만큼 거대해지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세상의 주어진 슬픔에 지지 말고, 삶이 허무하다는 거짓에 속지 말고, 작은 기쁨을 찾아 인생을 작품으로 바꾸어 나가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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