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개망초처럼 피어나라

2023. 7. 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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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 장로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저는 중요한 모임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모임 후에 연락을 드렸더니 서울에 왔다 가시는데 제 생각이 나서 전화하셨다고 했습니다.

개망초는 본래 우리나라 식물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흔한 들꽃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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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 장로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저는 중요한 모임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모임 후에 연락을 드렸더니 서울에 왔다 가시는데 제 생각이 나서 전화하셨다고 했습니다.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그분은 제가 부산 교회에 목사로 부임할 때 서울까지 제 가족을 데리러 오셨던 분입니다. 그 후 수십 년이 지났고 부산을 떠나 서울에 온 지도 여러 해 되었지만 장로님의 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삶을 마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가 함께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는 와서 잠시 머물다 가고 어떤 이는 오래 머뭅니다. 어떤 이는 이미 갔고 어떤 이는 지금 함께 있고 어떤 이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존재하지 못합니다. 사람은 함께 있어 아름답습니다.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곳곳에서 군락을 이룬 꽃들을 봅니다. 개망초는 본래 우리나라 식물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흔한 들꽃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개망초가 지천으로 핀 것을 보았습니다. 개망초 한 송이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습니다. 한 송이로도 뽐낼 수 있는 것은 빨간 장미 같은 것이겠지요. 그러나 지천으로 함께 피니 개망초만 한 것도 없다 여겨졌습니다.

‘나는 너로 인해 아름답고 너는 나로 인해 아름답다’는 말이 개망초 군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주인공과 들러리의 구분이 없습니다. 모두 주인공이고 들러리입니다. 때로는 다른 이에 의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이를 위해 기쁨으로 들러리가 되기도 합니다. 모자이크 한 조각은 아무 의미가 없지만 조각들이 함께하면 위대한 작품이 됩니다. 함께함의 비밀입니다. 여긴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남과 여, 가진 이와 그렇지 못한 이 등의 온갖 차별 혹은 차이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세계가 함께하는데 우리만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태양계만 보아도 행성 간에 행성과 위성 간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돕니다. 그 과정에서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흘러 우리는 시간을 가늠합니다. 겨울 외투를 꺼내 입을 무렵 성탄절을 맞이하고 봄꽃이 필 무렵엔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축제가 열리고 기쁨이 만개합니다.

요즘처럼 함께하는 것이 어려웠던 때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혼자 사는 삶이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 형태의 가정이 가장 많습니다. 많으면 옳은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것은 옳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하는 데 불편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 Z세대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Z세대는 대면 소통에 익숙하지 않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서 비대면 접촉을 선호합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재택근무에 익숙해져서 상사나 고객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인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UKG가 주요 12국의 Z세대 3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제자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제자 중에는 로마 체제에 순응했던 세리 출신도 있었고 거기에 저항했던 열심 당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과 기름 같은 이들이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후 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이 하나가 되었고 거친 로마의 들판에 지천으로 핀 꽃처럼 아름다움을 뽐냈습니다. 그것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셨습니다. 우리도 개망초처럼 함께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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