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폭증 경고하려던 인구의 날에 소멸 걱정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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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은 1987년 세계 인구 50억 넘어선 날
인구는 ‘정해진 미래’라지만, 해법은 하기 나름
어제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정한 ‘인구의 날’이다. 1987년 7월 11일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돌파한 것에서 유래한다. 당시 급증하고 있는 인구 문제에 대해 지구촌 차원의 관심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이후로 세계 인구는 2011년 10월(31일) 70억 명을 넘어섰고, 급기야 지난해 11월(15일)엔 80억 명을 돌파했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앞으로 14년 뒤인 2037년 90억 명을 넘어서고, 2086년엔 104억 명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한국은 정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다.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하는 등 세계 꼴찌 수준의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한국은 이미 2020년 5184만 명을 끝으로 인구 정점을 지났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산술적 계산으론 2750년이 되면 한국인은 지구촌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저출산 고령화’로 표현되는 인구 급감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당장 소비가 줄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고, 생산도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부실한 연금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대학은 학생을 찾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한다.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의사들의 기피 전공이 되면서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한다. 모두가 이미 닥쳐 오는 현실이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 인구 감소의 원인은 결국 경쟁이 심해지면서 먹고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인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변곡점을 2015년으로 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오르락내리락하던 합계출산율이 2015년(1.24명)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한 시점도 2015년으로 분석된다. 2010년 이후 2만~3만 명대를 오가던 20대 서울 순유입이 2015년 2만9615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늘었다. 아파트값 폭등의 전조도 2015년으로 분석된다. 중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 부담지수’가 서울의 경우 2015년 1분기 83.7로 저점을 찍은 뒤 계속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변곡점의 전조 증상을 보면 문제의 해법도 보인다고 말한다. 청년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 확대,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지방대 살리기와 지방 일자리 늘리기 등이 그것이다. 지방은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은 경쟁이 치열하고 주거 조건이 열악해서 세계 최저 출산율을 맞게 됐다면 정책의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인구를 흔히 ‘정해진 미래’라고 하지만, 그 인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미래조차 정해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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