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떠다니는 고달픈 삶, 인간이자 리더 이순신 담겼다”

홍지유 2023. 7.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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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때 한자로 쓰인 이순신 전기 『이충무공전서』를 국문 번역한 이민웅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사진 이민웅]

이순신 장군의 열렬한 ‘팬’이었던 조선 22대 왕 정조는 재임 20년 차인 1795년 규장각에 이순신의 생애를 집대성한 책을 만들라고 명했다.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14권으로 된 『이충무공전서』를 펴냈다. ▶임금이 장군에게 내린 편지 ▶장군의 시와 글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보고서 ▶장군의 일기인 『난중일기』 ▶장군을 언급한 문헌 기록 등을 총망라했다.

정조는 손수 비문을 지어 책머리에 실었다. 1960년 이은상 선생(1903~ 1982)이 한글 번역본을 펴냈다. 이 선생 사후인 1989년 성문각에서 고인의 원고를 정리해 두 권 분량의 역주본을 펴내기도 했다.

바로 이 『이충무공전서』의 한글 완역본이 34년 만에 재출간됐다. 새 완역본의 대표 번역자인 이민웅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년에 걸친 작업이 끝나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 외에 정진술 전 문화재전문위원, 양진석 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관 등 전문가 7인이 3년간(번역 2년, 편집 1년)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물인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태학사)는 네 권(1784쪽) 분량이다. 각주만 5069개에 달한다.

『이충무공전서』

이 교수는 “이번 책은 과거 버전의 지명·용어 오류를 수정하고 영웅주의 사관에서 탈피해 사실적으로 기술한 점이 특징”이라며 “기존 책이 명량해전 승리를 ‘이순신의 신출귀몰한 능력 덕분’으로 해석했다면, 이번에는 해전의 주요 경과를 분석하고 무기체계나 선박의 우수성 설명 자료를 각주로 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임진왜란 해전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구가톨릭대가 2021년 석·박사 과정인 ‘이순신학과’를 만들었을 때 초대 학과장도 맡았다.

이 교수는 “『난중일기』 번역이 가장 즐거웠다”고 돌이켰다. 그는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술 마시는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많다”며 “술 마신 후 대청마루에서 쪽잠을 잔 이야기, 탈이 나서 독한 위장약을 먹어야 했던 기억, 주사 부리는 부하들에 대한 언짢은 감정 등이 가감 없이 담겼다.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리더로서 일상적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난중일기』 원본을 번역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교수는 “군 최고 지휘관이 전쟁 중 쓴 일기가 후대에 전해진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난중일기』 원본 분량이 100이라면, 『이충무공전서』에는 60 정도만 담겼다. 이번 책에는 생략된 내용을 담았고, 그 출처를 모두 구분해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완역본 재출간에 왜 34년이나 걸렸을까. 이 교수는 “국내 역사학자 중 전쟁사를 전공한 이가 드물기 때문”이라며 “서양 역사학자는 30% 이상이 전쟁사학을 전공한 것과 달리, 한국은 정치·사회 연구에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전쟁사를 “한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건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풀이한 그는 “군 출신 연구자들의 한국전쟁 연구 외에도 중세와 근대 전쟁을 연구하는 다양한 신진학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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