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세 번째 집 #더컬렉터스

김초혜 2023. 7.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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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같은 사물로 가득한 아티스트 에르빈 부름의 집에 가다.
조지 나카시마 벤치 뒤로 보이는 조각은 에르빈 부름의 세라믹 작품. 베르너 팬톤의 조개껍질 소재 펀 램프(Fun Lamp)는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린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수집품을 자유롭게 펼쳐낸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뉴욕 모마부터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까지,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여는 조각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이 자신의 세 번째 집에 〈엘르 데코〉를 초대했다. 르네상스의 중심이자 비엔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레오폴트슈타트에 있는 집은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탁 트인 시야가 매력적이다.

나카시마 라운지 체어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의 엘리제 무쟁 부름(Elise Mougin-Wurm) 초상화. 바닥에 놓인 청동 조각은 에르빈 부름의 쇼트 백(Short Bag).

에르빈 부름은 19세기 제조 공장이었던 아파트 주철 기둥 등 시간의 잔해들이 남긴 흔적을 말끔하게 제거하거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집의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벽으로 구분되지 않은 넓은 공간 곳곳에 '대화' '생각' '공부' 등 각각의 목적을 부여하면서 주거 공간을 재탐구했다. "저는 조명, 의자, 집, 자동차, 사람 등 일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디자인 가구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거실은 흡사 갤러리 같다. 조지 나카시마 벤치 앞에 자리한 낮은 테이블은 카를 아우뵈크(Carl Auböck)의 작품.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거대한 그림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리히트 빌 라움 메히트 헤른(Licht Wil Raum Mecht Hern)'.

에르빈 부름은 아내 엘리제 무쟁 부름(Elise Mougin-Wurm)과 함께 장 프루베의 테이블과 세르주 무이의 램프, 피에르 잔느레 의자 등 오랜 시간 가구를 수집해 왔다. "소장품에는 고정된 자리가 없습니다. 물건의 자리는 제 아틀리에인 림뷔르흐의 캐슬 하우스, 그리스 섬에 있는 주택을 오가죠."

근사한 가구와 작품은 햇살에 따라 색다른 인상을 준다. 장 프루베의 의자와 에르빈 부름의 조각 작품.

게오르그 바젤리츠, 알리기에로 보에티,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작품과 우아한 가구, 에르빈 부름의 조각이 황홀하게 어우러지는 집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조각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처럼 공간을 직접 창조하는 데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삶이 이어지는 다양한 지역에서 나와 가족을 위한 집을 디자인하는 게 좋습니다. 도시와 시골, 지중해 한복판에서 빛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어요."

에르빈 부름은 다음 집으로 베네치아를 물색하며, 6월에 영국 요크셔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단독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공개됐던 〈나만 없어 조각〉전에 이어 개인전 〈Dream〉이 이태원의 리만머핀 서울 갤러리에서 6월 24일까지 열린다.

다이닝 룸과 키친은 한 공간에 있다. 전경에는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 왼쪽 바닥에 에르빈 부름의 작품 'Am I a House'가 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콘솔 위에는 부름의 작품이 헬레니즘 조각상과 번갈아 배치돼 있다.

"초여름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요크셔 전시에서는 약 100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몇몇 작품을 위해 테마 공간과 방까지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에르빈 부름은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3D 프린트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다. "현대적 방식으로 조각의 형태를 실험하는 일은 때때로 저를 놀라게 해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작품들이 관람객에게도 색다른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19세기 제조 공장이었던 주철 기둥이 나란히 보이는 풍경. 폴 헤닝센의 조명 루이스폴센 'PH 아티초크'가 공간에 활기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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