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 대어가 온다…넥스틸부터 두산로보틱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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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다. 연초부터 중소형 업체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나름 흥행에 성공하며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시장이 완전히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다. 대어급 공모주 부재로 시장 규모에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수(3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도 하반기에는 코스피 시장에 대어급 업체들이 조금씩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곳 이상이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대기 중이다. 이미 심사를 통과하고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을 확정한 업체도 있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업체도 최근 청구서를 다시 제출하는 등 하반기 IPO 시장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기관 수요예측 확정
올해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는 넥스틸이다. 글로벌 종합강판 제조 기업 넥스틸은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6월 말 심사가 승인됐다. 넥스틸은 곧바로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오는 8월 2~3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은 8월 9~10일 진행할 예정이다.
넥스틸은 조선, 풍력, 건설 등에 사용되는 구조용·기계구조용 강관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원재료 열연코일(HR-coil)을 포스코 등에서 조달받아 최상급 품질 강관을 생산한다. API 유정관(OCTG pipe), API 송유관(Line pipe), 일반관(Standard pipe) 등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강관을 제조한다.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 2020년 매출 2120억원과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한 넥스틸은 2021년 매출 4306억원과 영업이익 159억원, 지난해 매출 6684억원과 영업이익 1814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넥스틸 기업가치가 얼마나 평가받을까에 관심이 쏠려 있다. SK증권·상상인증권에 따르면 넥스틸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회사는 총 7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고,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2600만2000주다. 회사 측은 공모가로 1만1500~1만2500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위 몸값은 아니지만, 올해 첫 코스피 상장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구주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투자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공모주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넥스틸의 현재 발행 주식이 2235만2000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 물량의 절반 정도가 구주 매출로 구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넥스틸 시가총액이 크진 않지만 올해 첫 코스피 상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넥스틸의 흥행 성적에 따라 하반기 IPO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공기업 상장
‘3조원 몸값’ 서울보증보험
국내 최대 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도 하반기 코스피 시장 입성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지난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상장에 나서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6월 1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하반기 심사 결과가 나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연내 코스피 상장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다.
서울보증보험은 1969년에 설립된 보증보험 전업사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개인이 주 고객이다. 사실상 사업 구조는 보증보험에 특화된 손해보험사에 가깝다. 흔히 말하는 실적이 급등하는 등 성장성이 뛰어난 업종은 아니다. 이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청구서 제출 시점도 미뤄졌다. 사업 구조가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특성상 경기가 나빴던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서울보증보험 영업이익은 895억원으로 1934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54%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1년 전보다 788억원 감소한 68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1% 안팎으로 준수했던 자기자본수익률(ROE) 역시 5.76%로 줄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거론되는 서울보증보험 몸값은 1조5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이다. 최근 3년간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보증보험 순자산은 5조4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순자산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국내 손해보험사 PBR이 0.5~0.7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보증보험 기업가치는 2조5000억~3조5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일부 업태가 비슷한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PBR(0.3배)을 적용할 경우, 예상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까지 낮아진다.
상장 후 가파른 수익성 개선 전망
올해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두산로보틱스를 꼽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로봇은 연초 주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 투자 소식이 전해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1~2월에만 주가가 168% 급등했다. 이후 다소 소강 상태기는 하지만, 1~2월 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뉴로메카(156%), 로보스타(83%), 로보티즈(75%), 유진로봇(48%), 유일로보틱스(28%) 등 로봇 업체들의 전반적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연초 로봇 테마를 타고 강세를 보인 업체들은 모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중소형 업체다. 두산로보틱스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경우 단숨에 로봇 대장주가 된다는 의미다. 로봇 테마가 강세를 보일 때 시장을 주도하고,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상장 직후부터는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두산로보틱스의 최고 강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32억원으로 1년 전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아직까지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흑자전환은 어렵겠지만, 북미 중소기업에서 수요가 급증한 데다 국내 시장에서도 매출이 늘고 있어 올 4분기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는 최소 1조원에서 최대 3조원 수준이다. 연초까지는 몸값이 3조원에 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의 계속되는 적자에 최근 로봇 종목 주가수익비율(PER)이 다소 내려가며 최근에는 1조원대 몸값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북미뿐 아니라 국내에서의 높은 성장과 유럽 시장 회복 등이 기대된다”며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는 1조원 내외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6월 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오는 9월 전후로 심사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르면 10월에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에서도 1조원대 몸값
파두, 7월 말 수요예측 진행
코스닥 시장에도 조 단위 대어가 입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파두가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리면서다. 파두는 지난 6월 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7월 24~25일 기관 수요예측 일정을 확정했다. 7월 안으로 공모주 청약까지 마치고 8월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하반기 코스닥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파두는 올 상반기 최대어였던 기가비스 몸값을 크게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 2월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유치하며 1조1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파두의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1조4898억원인데, 이는 기가비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5451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총 공모액도 1937억원으로 기가비스(954억원)를 넘어선다.
특히 최근 반도체 투자 심리가 살아나며 기대감을 키운다.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 주가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6월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파두가 상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실적도 성장세다. 파두는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와 맺은 제품 공급계약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경 애널리스트는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업체들 평균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1600억원 정도”라며 “그에 비해 파두는 10배가량 몸값이 높기 때문에 단연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흑자전환·IPO 훈풍 등 환경 개선
상장을 철회한 지 7개월 만에 재도전에 나서는 밀리의서재도 투자자 관심이 쏠리는 종목이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11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시장 한파에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는 등 상장하기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비교 기업 선정과 관련해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밀리의서재와 사업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밀리의서재는 비교 기업으로 키다리스튜디오, 디앤씨미디어, 미스터블루 등 3개사를 선정했는데, 이들 업체 매출은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밀리의서재와 매출 구조가 다르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앞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린 만큼 이번 상장 도전에서는 밀리의서재의 몸값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약 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증권가에서는 그에 다소 못 미치는 기업가치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K증권에 따르면 밀리의서재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17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이다.
다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흑자전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달성하며 4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IPO 시장 환경이 지난해보다 개선됐다는 점도 호재다. 올 들어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며 주식 시장은 지난해보다 활기를 찾은 모양새다. 지난해 한파가 불던 IPO 시장도 올해 중소형 공모주를 중심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 다만 상반기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4곳뿐인 코스피 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심사 대기 중인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연내 상장까지 완료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코아이·컨텍 등 주목해야
상반기 IPO 시장을 이끌었던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올해 2분기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일부 대어급 업체 상장이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IPO 큰 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하반기 중소형주는 에코아이와 컨텍이다. 두 기업 모두 우리나라 증시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실적도 긍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에코아이는 탄소배출권 거래부터 관련 컨설팅을 아우르는 솔루션 업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도 상장에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에코아이는 매출 601억원과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23%, 98% 증가했다.
컨텍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12개국에 지상국을 구축해 위성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우주 발사체의 발사부터 위성체의 관제, 위성 데이터 활용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글로벌 인프라 선점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는 대어급 업체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하반기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SK에코플랜트, CJ올리브영, LG CNS, 에이피알 등이다. 이들 모두 조 단위 몸값이 거론되는 만큼, 청구서를 제출한다면 투자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SK에코플랜트는 몸값이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되는 대어다. IPO 시장에 등장만 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꾸준히 IPO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지난해 4월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을 준비했다. 주관사 선정 후 적당한 시점을 재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CJ올리브영도 올해 꾸준히 상장이 거론되는 업체다. 사실상 상장 준비 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알려졌다. 실적 등 재무적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이미 지난 2020년 투자 유치 당시 2조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이 이어지며 상장을 미뤘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CJ올리브영이 IPO에 나설 경우 약 4조원의 몸값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LG CNS도 최대 7조원의 몸값이 거론되는 대어다. 지난해 5월 KB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준비해왔다. 다만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시점에 여유가 있는 만큼, 최대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상장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메디큐브, 널디 등을 운영하는 에이피알은 하반기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올 상반기 두 차례 투자 유치를 거치며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회사는 오는 10월 전후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IPO 시장 반등 시기를 기다리던 눈치 싸움이 조금씩 끝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이 1분기 13개에서 2분기 38개로 급증한 만큼 연말 IPO 큰 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어급 기업도 하반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코아이와 컨텍 등 중소형 업체도 주목할 만하다.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역시 심사에 통과한다면 3조원의 몸값이 거론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이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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