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콘텐츠 날개 달고 중국 의존도 ‘뚝’...누구나 창업 가능한 인프라 ‘탄탄’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7. 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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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환골탈태 비결

‘가볍다, 빠르다, 고급지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쇼피’에서 신생 K뷰티 업체를 평가할 때 하는 말이다. 쇼피에서는 코스알엑스, 썸바이미 외에도 삐아, 머지, 블랙루즈 등 다양한 브랜드가 동남아 고객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생소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속속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K뷰티 체질이 바뀌었다고 진단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배우 김고은 씨가 화장품 브랜드 ‘가히’ 멀티밤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리아테크 제공)
차원 다른 ‘문화 추종 효과’ 덕 봤다

예전 한류와 달리 인디 브랜드도 기회

예전에도 한류 콘텐츠는 인기였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대기업이 협찬한 드라마 속 뷰티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때만 해도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등장,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 기반 콘텐츠 플랫폼이 각광을 받았다. 그 여파로 영화, 드라마, 음원에 국한됐던 K콘텐츠가 다양한 경로로 확산됐다. K뷰티 브랜드도 다양한 콘텐츠에 상품을 노출시키면서 자연스레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더불어 각종 소셜미디어 숏폼을 활용해 K뷰티 제품을 K콘텐츠에 접목시키면서 팬층을 늘려나갔다.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위주로 콘텐츠가 자주 노출되다 보니 국적 불문 본인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뉴미디어에 적합한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세계인 주목을 받다보니 덩달아 K뷰티 제품이 후광 효과를 입게 됐다”며 “특히 특정 시간대 봐야 했던 공중파 스타일 콘텐츠가 아니라 상시 노출 가능한 다양한 미디어 채널이 급격히 늘어난 덕을 K뷰티 브랜드가 톡톡히 누렸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최근 각광받는 마녀공장, 롬앤 등이 당장 이런 성공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미국에서도 조선미녀, 스킨천사 등이 차세대 기대주로 쑥쑥 성장하고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인프라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창업 뚝딱

탄탄한 인프라도 K뷰티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매언니’로 유명한 황미애 씨. 남편 오서형 씨(SNS 계정 ‘오군’)와 함께 원래는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며 고객과 소통해왔다. 그러다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타임이나 라이브 방송 때 10만여 팔로어가 피부 관리에 대해 물어보는 경험을 한다. 대답하는 과정에서 “이런 제형의 화장품은 왜 없을까? 없으면 우리가 만들까?”라는 얘기가 가볍게 오갔다. 이를 지켜보던 코스맥스 관계자가 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본격 전개하게 된 브랜드가 ‘자덱’이다. 자덱은 기초 제품은 물론 틴트, 쿠션 등이 나오자마자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K뷰티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전세계 최정상급(Top tier) 화장품 제조사(ODM)이다. 국내외 생산기지를 두고 다양한 제형의 기초화장품부터 색조까지 다루며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색조 전문 씨앤씨인터내셔널, 마스크팩 명가 코스메카코리아, FDA 승인 받은 선크림 공장을 운영하는 선진뷰티사이언스 등 다양한 특화 제조 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한국피부과학연구원, 피앤케이피부임상센터 등 피부 임상기관(CRO)도 단단하게 뒤를 받쳐준다. 이를 통해 제품 기획, 생산 후 바로 국내 식약처는 물론 해외 진출 가능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게 됐다.

국내외 판로도 탄탄하다. 올리브영, 화해 등 화장품 전문 플랫폼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 입점, 비교 구매 여건을 제공하고 있는데다 카카오 선물하기 같은 신규채널도 연간 거래액이 3조원에 달할 만큼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는 “MZ 취향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휩드(Whipped)나 코로나 이후 향 트렌드에 맞춰 급격히 성장한 논픽션(Nonfiction), 달바 같은 브랜드는 카카오 선물하기에 집중하며 이전과 다른 성장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외 해외 판로 개척에는 아마존, 쇼피 등 해외 플랫폼이 K뷰티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생각보다 진출이 어렵지 않다. 국내 상장사 실리콘투는 아예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폴란드에 물류센터를 보유하며 플랫폼 형태로 국내 300여 중소 브랜드 유통대행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매출액 580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4.4%, 222.5% 증가한 수치다.

이런 인프라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안인숙 한국피부과학연구원장은 “K뷰티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한국은 천국”이라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당장 창업이 가능하며 시작부터 국제 기준에 맞는 제품 생산, 유통을 할 수 있는 기초 여건이 탄탄하다”고 말했다.

달바의 프리미엄 비건 세럼 라인의 ‘더블 세럼 앤 크림’ (달바 제공)
선택의 폭 넓혔다

멀티밤, 미스트세럼 등 신상 쏟아져

“워낙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생존 키워드가 ‘차별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세계 최초 제품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는 또 하나의 K뷰티 경쟁력이 된다.”

코스맥스 관계자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K뷰티 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은 마스크팩이었다. 이외에는 설화수, 후로 대변되는 기초 화장품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단순 틴트를 넘어 매트형, 글로스형 립틴트가 나왔는가 하면 틴트 리필 화장품까지 등장했다. 세럼을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해 고농축 세럼임에도 산뜻하게 피부 유수분 충전이 가능한 ‘미스트세럼(달바)’, 립스틱에 쓰던 ‘스틱’을 스킨 케어 용도로 확장한 ‘멀티밤(가히)’ 등도 새롭게 등장한 히트 상품군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색조 관련 기업, 해외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많아진다는 것은 화장품 업종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며 “이는 곧 화장품 업종이 가치 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하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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