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한령이 藥으로…K뷰티 제2전성기 개막
질문 하나.
코스알엑스, 썸바이미, 마녀공장, 롬앤, 리쥬란, 디어달리아, 달바, 조선미녀, 넛세린, 데이지크, 해브블루, 자덱, 뮤렌….
이들 브랜드 중 셋 이상 아는 사람? 그 정도면 K뷰티에 조예가 깊다고 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마니아층이 뚜렷한 데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들이다. 코스알엑스(2043억원)를 제외하고 매출액만 놓고 보면 갸우뚱할 수 있다. 대부분 1000억원을 살짝 넘었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형 브랜드가 다수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 성장세가 무섭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2019년 이후 대부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내수 시장보다 일찌감치 미국, 일본, 유럽 시장을 공략하면서 종전 K뷰티 성장 공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정소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이 K뷰티 제2전성기라 명명한다. 성공 공식도 종전 ‘중국향+대형’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중소형’ 브랜드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중국 한한령 이후 주춤했던 K뷰티의 부활 찬가, 그 비결을 들여다본다.
장면 1. 400만병. ‘퓨어 클렌징 오일’의 누적 판매량이다. 갈락토미 나이아신 에센스 역시 200만병이 팔렸다. 비피다 바이옴 콤플렉스 앰플(130만병)까지 포함하면 ‘원투쓰리 펀치’가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브랜드, 해외 실적이 더 빛난다. 전 세계 65개국에 수출되는데 해외 매출 비중이 55.3%에 달한다. 2012년 3월 설립된 마녀공장 얘기다. 코로나19 창궐 초기인 2019년만 해도 매출액은 276억원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매출액 1018억원, 영업이익 24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 덕에 올해 6월 초 증시 상장 첫날 화려하게 데뷔했다. 마녀공장은 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한 후 상한가까지 직행하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했다.
요즘 증시에서 K뷰티는 그야말로 ‘핫’하다.
중소 브랜드 약진, ODM 제조사의 국제 기준 부합, 국제 기준에 맞춘 임상시험기관 인프라 등 다양한 강점을 갖춘 관련주가 부각되면서다. 게다가 체질 개선에도 성공한 분위기다.
중소 브랜드 1만3000개 돌파
그동안 K뷰티 하면 ‘아모레·LG 양강 구도 아래 마스크팩, 중국 대량 수출’ 공식이 대세였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자료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주요 20개국의 화장품 수입국 중 한국의 평균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 10%를 돌파했다. 2015년 3.9%와 비교하면 상당히 선전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중소형 브랜드 저변이 상당히 넓고 단단해졌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K뷰티 브랜드 숫자는 2015년만 해도 2500여개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2021년 1만3000개를 돌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점에 오히려 화장품 브랜드 수는 더 늘었다. K뷰티가 그동안에는 ‘빠른 추종자(Fast Mover)’였다면 지금은 ‘선도자(First Mover)’ 지위로 바뀌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는 “특유의 빠른 의사 결정과 린(Lean·가벼운)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K뷰티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카테고리(쿠션, 선스틱, 립 틴트, 탈모 샴푸, 갈변 샴푸, 단일 성분 에센스 등), 제형, 성분(시카, 어성초 등), 디자인 등을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놓는 선도자 지위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물론 K뷰티도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한 브랜드가 뜨면 ‘서로 베끼기’를 통해 차별점이 상쇄된다든지, 해외 진출 전략 부재, 설화수·후 정도 외에는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K뷰티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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