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영국 국왕 몸에 손을? 바이든 '의전 결례' 논란 휩싸였다

2023. 7.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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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방문국인 영국에서 ‘의전 결례’ 논란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등에 손을 얹었는데, 이 행동이 왕족에게 먼저 개인적 신체 접촉을 해선 안 된다는 영국 왕실의 ‘불문율’을 어긴 것이란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왕실 측은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란 입장을 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윈저성을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등에 오른손을 얹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와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런던 윈저성을 방문해 찰스 3세를 만났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이후 약 10개월 만의 만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열린 찰스 3세의 대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논란이 된 장면은 윈저성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 3세와 함께 영국 근위병 악대가 연주하는 양국 국가를 감상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찰스 3세의 등에 가볍게 오른손을 얹었다.

영국 왕실 전문가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손짓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족이 먼저 나서지 않는 경우 개인적인 접촉은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보기 때문이다. 1976년 설립돼 지금도 ‘영국 귀족 연감’을 펴내고 있는 영국 출판사 디브렛의 한 전문가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왕족이 먼저 포옹하거나 팔을 감쌀 수는 있다. 상대는 일단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英왕실 “친분의 상징. 의전에 부합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윈저성을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팔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영국 왕실은 “의전 위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디펜던트는 익명의 왕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신체 접촉은) 두 사람과 두 국가 사이 친분의 상징”이라며 “국왕 폐하는 접촉을 편안해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도와 달리 의전에 부합하는 행동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데일리메일 등 일부 영국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 3세보다 앞서 걷는 모습과 근위병과 대화하는 동안 찰스 3세가 기다리는 장면 등도 ‘부적절한 의전’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왕족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범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 홈페이지에도 “의무적인 행동 규범은 없다”며 “남성은 목례를 하고, 여성은 살짝 몸을 굽혀 절을 한다”고만 되어있다. 인디펜던트는 “지난 2009년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미국 대통령 부인으로서 버킹엄 궁전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여왕을 한쪽 팔로 껴안은 뒤 논란이 되자 나온 설명”이라고 전했다. 당시 오바마 여사는 “인간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지만 9년 뒤인 2018년 회고록을 통해서 “큰 무례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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