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IC 이야기 왜 나오냐" 주민들 찾았다 진땀 뺀 양평군수
[김화빈 기자]
▲ 양평군이 11일 오후 3시 경기 양평군 양서면 대아교회에서 양서면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양서면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에 앞서 원안의 고속도로 종점이 계획됐던 지역이다. 한 주민이 양평군 관계자를 상대로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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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면 사는 사람들이 '이런 개같은 꼴이 다 있냐'고 항의해요. (양평군수는) 민주당으로 쫓아갈 게 아닙니다!"
"지금 '(김)건희IC', '(정)동균IC'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냐? 그것 자체가 이상한 거야 지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논란 및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두고 여론전에 힘쓰고 있는 전진선 양평군수(국민의힘)가 원안 고속도로 종점 지역이었던 양서면 주민들 앞에서 진땀을 뺐다.
양평군은 11일 오후 3시 양서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폭우 중에도 주민설명회 장소(증동리 대아교회)에 모인 주민 70여 명은 한목소리로 "여야가 싸울 게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국토교통부에) 압력을 넣으라"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지난 8일부터 양평군청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평군의원들도 참석했다.
▲ 양평군이 11일 오후 3시 경기 양평군 양서면 대아교회에서 양서면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양서면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에 앞서 원안의 고속도로 종점이 계획됐던 지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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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2리(양서면) 이장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양평군청이 (원안이었던 양서면 대신) 강상면 쪽으로 (종점을) 그릴 때 평소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했다면 우리도 불만이 없다"며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강상 쪽으로 고속도로가 된다더니' 그게 사실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안(양서면 종점)이 처음 됐을 때는 군민들이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되길 소원했다"며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2~3안이 (얘기)되니 혼동이 올 것 아닌가. 여기에 여야가 다 모였는데 양평군이 똑바로 '1안인지 3안인지' 한목소리를 내달라"고 강조했다.
강상면 세월리에 사는 주민으로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전진선 군수를 직접 거론하며 날선 지적을 이어갔다. 강상면은 변경안의 종점이 닿는 곳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곳이다. 이 여성은 "몇 년 전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자 이장협의회부터 (군 내) 모든 단체가 현수막을 걸고 잔치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갑자기 강상면 쪽으로 도로가 온다고 하자 양서면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개 같은 꼴이 있냐'고 항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고속도로 종점을) 양서면으로 추진한 부서가 (양평군청) 도로과잖나"라며 "(원안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사를 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할 때 왜 이것(강상면 변경안 논의)이 반영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 경기 양평군이 11일 오후 양서면 중동리 대아교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전진선 양평군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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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린 전 군수는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백지화 결정을 "(민주당의) 정치적 쟁점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의견 수렴 및 정리가 이뤄진 사안까지 다시금 터져나왔다. 원안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소음 피해 등 합의가 이뤄진 일부 마을이 있었는데 이번 논란으로 재차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청계2리 이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청계리가 한 번 바보가 됐지만 두 번 바보가 돼선 안 된다"라며 "JC(분기점)가 생기면 우린 도로를 (머리맡에) 이고 사는 것이다.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증동리의 한 주민은 "소음과 먼지를 어떻게 할 거냐"라며 "여긴 산으로 둘러싸여 먼지가 바람을 통해 빠져나가지도 못한다"고 울먹였다.
주민들이 정치권의 '네탓 공방'에 대해 질타를 쏟아내자 전진선 양평군수는 "원희룡 장관의 발언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자체의) 백지화보다 노선 논의를 백지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신속히 군민의 뜻을 정부에 전달해 (사업을) 다시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군수 "김건희 고속도로 몰아가", 단식 군의원들 "민주당 탓 그만"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양평군청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며 "원안으로의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전 군수가 '서울-양평고속도로추진재개범군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에 민주당 측을 아예 배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저희와 국민의힘도 백지화를 철회시키려는 입장은 같을 것"이라며 "그런데 (전 군수 등 국민의힘 측은) 백지화를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민주당을 추방시키자'는 말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보 군의원도 "양서면 지역 이장님들도 농성장을 지나가며 '범대위 눈치를 봐서 (범대위에) 참석했다'고 하셨다"라며 "양평이 보수세가 강해 (국민의힘 측에서) 분위기를 몰고 가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군수는 전날 양평군청 앞 범대위 결의대회에서 "지난 2008년부터 한국에서 가장 낙후된 양평을 되살린다고 고속도로를 추진해 왔고, 그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해 저를 포함한 군의원들과 민선 7기 (민주당 소속) 정동균 군수도 함께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변경안의) 강상JC 근처에 있다는 것을 빌미로 '김건희 고속도로'라는 엄청난 말을 하며 정치권을 몰아갔다"고 말했다.
▲ 11일 오후 양평군청 앞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들. 오른쪽부터 최영보·여현정 양평군의원, 유필선 여주시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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