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이재명과 3번 만나려다 취소…김용 3번 봤다"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을 위해 경기도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했다”고 진술했다. 11일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60)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그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소 3차례 만나려고 했으나 최종 무산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태 “이화영 제안으로 스마트팜 비용 북한에 대납”
김 전 회장은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39차 공판기일에 증인석에 앉았다. 옅은 갈색 수의에 갈색 뿔테 안경을 쓰고 증인석에 앉은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과 경기도는 관련이 없다”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의 근거를 허무는 진술을 계속했다.
그는 북한과 경기도, 쌍방울그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을 소개한 사람으로 ‘이 전 부지사’를 지목하며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경기도가 아태협에 지원하기로 했던 지원금 5억원 중 2억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중국 선양에서 만난 김성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실장이 “이화영이 약속을 어겨서 입장이 난처하다”고 밝히자 이 전 부지사의 제안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결정했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지사도 쌍방울그룹이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알고 있고, 이재명 대표도 쌍방울을 지원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 맞냐”는 검찰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2019년 1월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하고 중국 선양에서 북한 인사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재명 대표와 통화한 사실도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하겠다’며 통화한 뒤 바꿔줬다. 내가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까 이재명 대표가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은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전 부지사가 숙소로 찾아와 이재명 대표의 방북 초청 친서를 북한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용과 3차례 만나, 이재명과도 약속했다가 취소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자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3차례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2019년 5~6월과 2020년 1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 2020년 1~2월경은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 등으로 시점과 장소를 특정했다. 2020년 1월 식당에서 만났을 때 김 전 회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앞둔 김 전 부원장에게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하자 김 전 부원장은 “(우리가) 잘되면 정책적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3월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 때 방용철 부회장을 보내 조문하게 했다. 당시 조문객을 맞은 김 전 부원장은 방 부회장이 “쌍방울에서 왔다”고 하자 “쌍방울과 김 전 회장에게 고맙다”며 이재명 대표와 만나게 해줬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이재명 대표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이후와 2020년 11월, 그리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둔 2021년 7∼8월 각각 경기지사 관사에서 3차례에 걸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지만 무산됐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2019년에는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왔고, 2020년에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내가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등의 악의적인 방송을 했다. 2021년의 만남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되면서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의 주장에 이 전 부지사는 눈을 감는 등 김 전 회장을 쳐다보지 않았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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