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폭우… ‘극단 기후’ 속출
인도, 몬순 폭우로 사망 등 피해 속출
美 뉴욕서는 기록적 폭우 쏟아져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 북부에서는 몬순(우기) 폭우로 피해가 잇따랐고 미국 뉴욕주에서는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남반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례적으로 눈이 내렸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북부에서는 전날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평가된 폭우로 수도 뉴델리를 지나는 야무나 강 수위는 강 주변과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을 위협했다. 야무나 강은 북부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해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 우타라칸드, 델리주를 관통한다.
인도 기상청은 지난 9일 뉴델리 하루 강수량이 153㎜로 관측됐다면서 7월 하루 기준 4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49명이다.
가장 피해가 큰 피해를 본 히마찰프라데시주에서는 이 시기 평균 강수량의 10배가 넘는 비가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400㎞에 걸쳐 뻗어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 지역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이렇게 극명하게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 관광객도 자주 이용하는 히마찰프라데시주 마날리와 찬디가르간 고속도로의 여러 구간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 통행이 금지됐다. 연방정부 영토인 찬디가르는 북부 펀자브주와 하리아나주의 공동 주도(州都)로 기능한다. 인도 당국은 펀자브주에 구조인력 수백명을 투입했다.
인도 기상청은 앞으로 북부 지역에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인도 주 당국은 10일에도 폭우가 이어지자 주의 경보를 발령해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한겨울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등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현지 eNCA 방송은 요하네스버그에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웨스턴케이프주와 노던케이프주 고지대는 도로 곳곳이 폐쇄됐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9일 뉴욕주 허드슨 밸리 일부 지역엔 최대 203㎜(잠정치) 비가 내려 주요 도로와 다리가 통제됐다. 뉴욕 당국은 이번 비로 인한 피해액이 수천만 달러일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6시간 동안 내린 강수량은 190.5㎜(잠정치)로 기록됐다. CNN은 “NOAA의 강우 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강우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폭우는 버몬트주 남부도 강타했다. 주말 사이 내린 비의 양은 한 달 치 이상의 강수량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번 폭우로 버몬트주에서만 최소 24개 도로가 유실됐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해수면 온도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플로리다 최남단 키 지역 연안 해수면 온도가 33~35도에 달하는 충격적인 온도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 남단 늪지대 국립공원인 에버글레이즈 부표 온도는 이날 35도까지 치솟았다.
NOAA는 플로리다 연안 온도가 해안 지역 사회와 경제, 해양 생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오리슨 NOAA 기상학자는 “바닷물이 너무 따뜻해서 (몸을) 식힐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바다는 밤에도 온도를 식히기 어려워 내륙을 데우고 있다. 마이애미는 최근 30일 연속 37도를 넘어섰고, 이날도 43도까지 치솟았다.
캐나다에도 폭염이 찾아왔다. 북위 65도에 위치한 캐나다 최북단 노스웨스트 준주의 노먼 웰스 기온은 지난 8일 사상 최고인 37.7도까지 치솟았다. 준주는 북극해에서 불과 380㎞ 떨어진 곳이다. 캐나다의 극심한 열기는 전례 없는 산불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 첫 주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같은 기간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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