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32번째 회원국 된다…북유럽 안보 지형 격변 예고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비준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스웨덴이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되는 것이 유력해졌다. 이는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대치하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의미여서 북유럽 안보 지형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게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과 튀르키예는 테러리즘에 맞서 양자 간 협력을 계속하고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도움을 주며 나토는 새로운 ‘대테러 특별조정관’을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기간 안보정책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중립국 위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5월 나토 가입을 함께 신청했다. 핀란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 지난 4월 나토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스웨덴의 경우 튀르키예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두둔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헝가리도 스웨덴의 가입에 반대해 왔지만 헝가리 관료들은 그간 튀르키예가 동의하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향 선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물밑 교섭을 통해 미 F-16 전투기 구매, 튀르키예의 EU 가입 여부 논의 등 원하던 성과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별도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빌뉴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속한 비준을 위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약속 등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핀란드의 합류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북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그동안 나토 회원국과 합동 군사훈련 등을 제한적으로 해왔지만 스웨덴이 정식 회원국이 되면 나토는 북유럽에 대한 지역방어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또 스웨덴의 가입으로 나토 회원국 영토는 발트해를 가로질러 북유럽까지 확장하게 된다. 나토는 스웨덴이 보유한 전투기·탱크 수백대, 군인 2만여명 등 상당한 군사력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발트해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나토는 북유럽 지역의 안보 공백을 메우고 지리적으로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취약한 위치의 ‘발트3국’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빌뉴스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의 경우 러시아,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 선임연구원은 “스웨덴이 합류하면 발트해가 ‘나토의 연못’이 된다”며 “이에 따라 유럽 중북부에 안보와 군사적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중립국으로서 균형을 유지해 왔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합류하면서 나토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단결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북유럽 국가(스웨덴과 핀란드)는 수십년 동안 러시아와의 ‘까다로운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해와 러시아의 사고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두 나라는 EU 가입 등 서방과 이념적으로 일치하면서도 러시아를 적대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완료하는 것은 이 중요한 시기에 모든 나토 동맹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단계”라면서 “그것은 우리 모두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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