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이 특혜? 원안도 마찬가지” 양평 토박이들 ‘답답’

김용현,백재연 2023. 7. 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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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강상면·양서면 주민들 만나 보니
“정치인들이 여기 도로 함 타보시라”
“김여사 일가 선대부터 내려오던 땅”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변경안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라면, 원안인 양서면 종점안도 (특혜인 건) 마찬가지예요. 양서면 신원리가 김 여사 모친 고향 아닙니까.”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토박이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정치권이 사생결단 식으로 맞붙고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식당 앞 88번 지방도로와 6번 국도를 가리키며 “정치인들이 주말에 한번 이 도로를 타 봤으면 좋겠다. 40분이면 가는 서울이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막혀 3시간 넘게 걸린다”며 “정쟁으로 (사업이 백지화되면) 수십년 째 고속도로 개통을 기다렸던 군민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11일 국민일보가 찾은 강상면 병산리는 김 여사 일가의 땅이 몰려 있는 곳이다.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는 양서면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고 한다. 김 여사 일가의 선산이 있는 병산리 1000-6 일대를 비롯해 김 여사 오빠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회사 ESI&D가 소유한 강상면 병산4리 부지 3필지(1만895㎡·3295평)가 논란의 중심에 선 땅들이다. 지난 대선 때에도 야당 측이 김 여사 일가 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곳이기도 하다.

문제의 병산4리 필지는 마을 주택이 밀집해있는 중심가 뒤쪽의 야산이었다. 도로와 거리가 있어 접근이 어려운 맹지였다. 부동산업을 하면서 주변 사정을 잘 아는 병산4리 이응우 이장은 “이 땅은 김 여사 일가 선대에서부터 내려왔다. 원래 땅을 갖고 있던 종중 6명 중 2명이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약 7년 전 지역 부동산 개발업체 A사에 팔았던 것을 김 여사 일가 쪽에서 다시 사들인 것”이라며 “A사는 개발을 해보려고 했지만, 하수 처리가 까다로운 수변구역이라 결국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긴 개발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땅”이라며 “수변 구역이자 보전 관리 지역이라 개발 허가가 나려면 전원주택 단지로만 가능하고 전원주택 허가도 실소유자가 6개월 이상 거주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인근 다른 부동산 업자에게 해당 필지들에 대한 시세를 묻자 “만약 개발을 한다면 평당 18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17년엔 한 평당 50만~60만원 정도였다”면서도 “당시에도 이쪽으로 고속도로가 들어온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은 있었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될 지 미래를 아는 사람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여사 일가 선산이 있다는 병산리 1000-6 필지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접한 산악지대였다. 이곳엔 창고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 주민은 “20년 넘게 사슴 목장이 있었던 곳이다. 창고가 있는 일부 지역만 용도 변경을 했다고 들었다”며 “그 일부 말곤 대부분 농림지역이라 개발을 할 수 없는 땅”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가 만난 주민들은 군민들의 염원이 담긴 국책 사업이 정치권 정쟁 소재로 변질된 것에 대해 거센 불만을 쏟아냈다. 강상면 한 주민은 종점 변경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말없이 한 복사물을 건넸다. 2017년 8월 지역 매체에 실린 기사였다. 당시 5선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 주민간담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 의원은 “강하IC(나들목)에 이어 강상(남양평)IC로의 노선 연결을 건설회사에 요구해 수용한 상태”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국토부의 강상면 종점 변경안과 사실상 같은 방향의 내용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도 주민들 의견을 받아들여 지금의 변경안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했었다”며 “강하IC를 내는 수정안을 만들어둔 건 강상IC와 연결을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주장했다. 강상면 종점안은 예전부터 지역 정치인들이 제시하던 방안이라는 얘기다.

강하 IC가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경기 양평군이 11일 오후 양서면 한 교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원안의 고속도로 종점지인 양서면 주민들은 종점 변경 논의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나 소통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특히 지적했다. 양서면 도곡리 강영철 이장은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해서 좋아했지만, 사실 원안은 동의할 수 없는 안이었다”며 “원안대로 하면 양서면 종점에 IC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게 군 입장이었는데, 이는 자연환경만 버리고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에서 제시한 대안이 JCT(분기점)도, IC도 있어서 합리적”이라면서도 “문제는 주민설명회 등 소통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10년째 양서면에서 국밥집을 운영 중인 김모(70)씨는 “우리는 양서면 종점안이 좋다. 원안대로 한다면 우리 식당으로 관광객이 한명이라도 더 올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변경안이 김 여사 특혜라고 보지도 않는다. 강상면 종점에 생긴다는 JCT로는 땅값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평군 주최로 양서면 한 교회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주민설명회’에는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군을 탓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주민은 “같은 양평군민들이 힘을 합쳐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였는데, 왜 서로 대립하게 만드느냐”고 따졌다. 강상면의 한 주민은 “강상면으로 고속도로가 온다고 해서 우리 동네가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근데 양서면에 사는 친구는 ‘이런 X같은 꼴이 다 있냐’며 화를 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고속도로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는 게 아니라 ‘논란이 된 안을 백지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군민 뜻을 잘 전달하겠다”며 성난 민심을 달랬다.

양평=김용현 백재연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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