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 전동화만으론 부족" 바이오연료 도입 한목소리(종합)

오규민 2023. 7. 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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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
수송부문 탄소중립방안 전문가 논의
기존 내연기관 탄소중립 방안 고민해야
"RFS 바이오디젤 이어 바이오에탄올 추가"

"곡물 기반의 바이오에탄올을 쓰면 휘발유보다 43% 정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탄소 포집·저장 등 적극적인 방안을 접목한다면 최대 120%까지 가능하다."(이의성 미국 국립 아르곤연구소 박사)

"상당히 까다로운 전기차 보급목표치를 충족한다고 해도 2030년 내연기관차 비중이 65% 수준이다. 내연기관차를 미래차화(化)해야 한다."(이기형 한양대 산학협력부총장)

수송분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연료를 보다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기차·수소차 등 전동화 이동수단이 보다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라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환경친화적으로 굴리는 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바이오디젤에만 적용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연료 의무혼합제도(RFS)에 바이오에탄올도 포함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개최된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한미국대사관, 미국곡물협회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연료의 역할’을 주제로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을 11일 개최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각국 정책과 바이오에탄올 등 친환경연료 도입현황, 수명주기분석(LCA)을 통한 탄소배출량 비교 등과 관련한 각계 전문가 의견을 나눴다.

발표를 맡은 이들은 친환경 연료를 쓸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거나 기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현재 운행 중인 차량 대다수가 여전히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차량이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더라도 동력원으로 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 그로스에너지의 마이크 로렌즈 수석부사장은 "즉각적인 탄소 감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바이오에탄올은 진입장벽이 가장 낮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미국·캐나다 등 60여개 나라에서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오에탄올은 온실가스를 50%까지 감축할 수 있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되며 가격이 저렴해 물가 상승률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로렌즈 그로스에너지 수석부사장이 11일 개최된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현재 차량 운행과정만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을 따지는데, 이를 차량의 수명 전주기는 물론 연료를 만드는 과정도 함께 종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료통에서 바퀴’가 아니라 ‘유전부터 바퀴, 나아가 폐차 이후’까지 따져서 탄소배출량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가 운행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나 차체나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기형 교수는 "코나 전기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며 "바이오연료, e퓨얼(재생 합성 연료) 등도 적극 활용해 연료와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 재순환 기술·초희박 연소 등 내연기관 기술을 더 갈고닦는 한편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동력원, 순수 수소엔진 등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유기. 바이오에탄올이 혼합된 휘발유를 연료로 쓴다.<사진출처:연합뉴스, 로이터>

상병인 한양대 교수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 전기의 소스가 화력발전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기대했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되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연기관차를 계속 이용하면서 친환경성을 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이오연료와 e퓨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연료 기술개발은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브라질에 바이오연료 연구개발 거점을 2021년 열었다. 도요타는 바이오 에탄올과 가솔린의 혼합연료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차를 개발, 남미에서 팔고 있다. 제너럴모터스·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메이커 역시 남미권에서는 바이오연료를 탄소중립 실현의 주요 도구로 본다.

이기형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가 11일 개최된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의성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 연구소 박사가 11일 개최된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의성 박사는 미국에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휘발유 차량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해 쓰면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544MMT CO2e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에서 연간 농업분야 전체 배출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는 "단위 면적당 바이오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생산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비료나 에너지 사용은 줄고 있어 바이오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RFS 제도가 디젤에만 적용되는데 이를 휘발유 등 내연기관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팀장은 "국내서도 시범사업을 거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수송연료의 친환경화를 위해 각계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고 중장기 로드맵,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퓨얼이 상용화될 2040년 전까지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바이오 연료 역할을 더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다만 바이오에탄올을 RFS에 편입하는 일은 정유업계와의 상생이 전제돼야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디젤 사례를 참고해 차세대 바이오에탄올 개발 등 에탄올 업계와 국내 정유업계가 함께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개최된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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