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로 김건희 특혜 의혹,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 소지
[전진한 기자]
▲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지난 9일 경기도 양평군청 근처에 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
ⓒ 연합뉴스 |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타당성 조사 당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해당 노선의 종점 인근에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관련 의혹 몇 가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 이후 다소 늦은 해명이다.
여론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한 대통령실이 해당 사업에 대해 "국토부에서 다룰 일"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태가 야당의 거짓선동인지 정부의 국정농단인지 판단할 수 있는 단초는 이미 나와 있다. 바로 '공직자윤리법'이다.
제2조의2(이해충돌 방지 의무) ② 공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하여 공익을 우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이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강력히 요구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에 처리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직자의 광범위한 이해충돌 상황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 도입의 첫걸음으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법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주식 등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명문화 된 것이다.
▲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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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3월 30일자로 공고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내역. 토지 부문은 모두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겻이며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집중돼 있다. |
ⓒ 대한민국 전자관보 |
정리하면 김건희 여사와 그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29필지(3만9394㎡, 1만1917평) 땅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으로 제시된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남양평 나들목)과 양평 분기점 반경 약 5km 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현직 대통령 배우자 일가의 토지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 가능성이 높다. 영부인은 공직자가 아니지만 대통령 배우자의 재산은 공직자 재산신고대상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의 이해충돌방지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을 그대로 추진하면 법 위반 논란은 계속해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건 평소 '법치'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해당 노선의 변경안이 논의되고 있을 때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따졌다면 이런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사업으로 추진했다.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에도 모두 양서면이 종점으로 고지돼 있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양평군도 국토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강상면 종점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분명한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안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선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그 실체를 분명히 밝혀야 할 부분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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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언은 직권남용이자 월권 행위다. 여당은 민주당이 사과하면 재추진하겠다며 수습 중인데, 이는 국민을 정치판에 인질로 잡는 잘못된 발언이다. 이 사업은 양평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상습 정체구간으로 고통 받는 양평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사업인데, 이를 장관의 말 한마디로 취소한다는 것은 당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다는 점에서도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건 예산낭비 소지도 크다.
결론적으로 이번 논란은 충분히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고, 사업 시작 전에 공개된 게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이런 문제제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들에게 실상을 설명하는 게 의무이지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당사자인 대통령은 이 논란에 대해서 직접 설명을 하고 대국민 사과와 관련자 문책 등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원희룡 장관을 비롯한 정치인은 논란이 왜 발생했는지 충분하게 조사하고, 양평군민들을 위해 기존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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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2년부터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대통령기록전쟁> <십대를 위한 인권 사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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