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못 피한 ‘반도체 겨울’…하반기 경쟁은 뜨거워진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4% 가까이 줄었다. 다만 생성형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가 밀려들면서 업계에서는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반도체산업 매출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업황 개선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 상반기 9894억7400만 대만달러(약 40조8500억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3.5% 줄어든 수치다. 6월 매출은 1564억400만 대만달러(약 6조4600억원)로 전월 대비 11.4%, 작년 동기 대비 11.1% 각각 감소했다.
TSMC는 오는 20일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에 대해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업계는 TSMC가 2분기 바닥을 지나 3분기 회복세에 들어서 점점 반등하는 전망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TSMC는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에 필수인 첨단 패키징 라인 투자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AI 호황으로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며 실적이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반도체산업 매출이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업황 개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5월 글로벌 반도체산업 매출은 407억 달러(약 52조6800억원)로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석 달 연속 증가세로 매출 증가폭은 더 커졌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작년과 비교하면 시장이 부진하지만 반도체 판매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올 하반기 시장에 대한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관련 반도체 수요가 침체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이 큰 폭의 적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시스템LSI사업부는 올 상반기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 폭 역시 더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파운드리는 1조원 안팎 적자 예상
이에 삼성은 하반기 AI 칩과 차량용 반도체 등 수요 다변화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5나노(㎚·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의 수율(정상품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TSMC로 몰린 주요 고객사 물량을 일부 되찾아오기 위한 승부수를 던질 전망이다.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AMD 등 ‘대어급’ 고객사와 3나노·4나노 공정을 이용한 AI 칩 생산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수율이 75% 이상, 3나노 수율이 60%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첨단 공정에서 수율이 60% 이상이면 안정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수요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 사이 초미세공정 수율을 일부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나노 미만 초미세공정에서 TSMC 점유율이 90%를 차지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면서도 “하반기 수율 개선과 TSMC의 캐파(생산 가능 용량) 포화로 원래 삼성의 고객사였던 퀄컴과 엔비디아 등 일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업체가 다시 삼성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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