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폭발, 탄핵 정국 의협…“복지부에 끌려다녀”

남수현 2023. 7. 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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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구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기자회견'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탄핵’ 정국에 휩싸였다.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기를 9개월가량 남겨두고 대의원들이 집행부 불신임(탄핵)을 추진하면서다. 이를 주도하는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11일 “(회장 불신임안 등에 대한) 동의서가 한 달도 안 돼 빠르게 모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 등 의협 대의원 84명은 지난 7일 이필수 의협 회장 등 임원 3명에 대한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상정할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동의서를 제출했다. 임시총회는 12일 의장단의 검토를 거쳐, 15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개최 일시 등이 최종 결정된다.

이런 상황은 의협 회장단의 판단에 대한 일부 의사들의 불만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 의료계가 반대해 온 법안이 현 집행부 임기(2021년 5월부터 3년) 중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의대 정원 확대에 정부와 의협이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의협은 지난 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각종 의료계 현안을 의논해왔기 때문에 이번 탄핵 정국이 향후 의정(의사·정부) 대화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필수 의협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등 3명에 대한 불신임안과 비대위 설치안을 상정할 임시대의원총회는 이달 중 열릴 전망이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242명 중 3분의 1(81명) 이상이 동의해야 발의되는데, 84명의 동의서가 모여 정족수를 채웠다.

84명이 서명한 총회 소집 동의서에는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사유로 ▶의대 정원 확대에 독단적 합의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의 없는 일방적 수용 ▶면허박탈법 통과 실기 등 11가지 항목이 열거됐다. 지난달 8일 복지부와 의협이 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거쳐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이 첫 번째 불신임 사유가 된 것이다.

■ 임시총회 소집 동의서에 담긴 집행부 불신임 추진 사유

「 1. 대의원회 의결사항 위반하는 의대 정원 확대에 독단적 합의
2.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의 없이 일방적 수용
3. 면허박탈법(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실기
4.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에 일부 동의 및 오대응으로 후불제 자초
5. 검체수탁검사 고시 파행 야기
6. 약배송 주장 포기로 ‘진료는 비대면, 약은 대면’이라는 굴욕적·기형적 모형 동의
7. 의학정보원, 면허관리원 고의 무산으로 현안 대응 포기 및 위기 초래
8. 공적전자처방전 무대응으로 처방전 리필제 등 성분명 처방 단초 제공
9. 안일하고 뒤늦은 대응으로 한방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 자초
10. 한방사 한림원 등록 및 한방 영어 명칭 무대응 등 고의 실수 의혹
11. 전문약사제도 안일한 업무처리로 약사를 전문의와 동등한 지위로 인정

이에 대해 의협 집행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 인력을 필수 분야에 재배치하고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기로 했을 뿐, ‘의대 정원’이라는 말은 당시 회의에서 나오지도 않았다”며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고 알려진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 합의한 적 없다. 오해가 있다면 총회에서 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을 주장하는 대의원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현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이필수 회장은 정부와 회의 과정에서 ‘의대 증원’ 얘기만 나와도 거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복지부와 집행부, 둘 중 누구 말이 진짜인지를 떠나 대의원회가 반대하는 사항을 논의하기 전에 회원들의 뜻을 묻지 않은 것부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동의서에 서명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동의서에 적힌 사유 하나하나가 의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실책”이라며 “의협은 국민 건강에 백년지대계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비판 목소리를 내야 하는 단체인데, 현장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되려면 임시총회에 재적 3분의 2 이상 출석에 출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 2020년 최대집 전 의협회장의 불신임안이 상정됐을 때 찬성표가 모자랐던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도 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일 회장은 “불신임안을 최종 가결까지 하는 것에는 반대 기류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의정 협상을 끌고 가는 상황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비대위를 구성해 의정 협상에 (집행부 대신) 참여하도록 하는 등, 비대위 구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총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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