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커져 외국 투자자 떠날까…"자본유출은 제한적"

김남준 2023. 7. 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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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사상 최대로 역전된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한·미 금리 차가 반드시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오히려 외국 자본 조달 비용 증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이 만만찮다.


한·미 금리 차 2%포인트 시대 오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11일 시카고선물거래소 페드워치는 이번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이 92.4%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차례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약 Fed가 앞으로 최소 한 번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현재 3.5%인 한국 기준금리와 차이는 최대 2%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2%포인트 이상으로 차이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커지는 자본 유출 우려…실제론 금리 영향 없어


김영희 디자이너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는 자본 유출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 달러화 채권 수익률이 상승한다. 또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환차익 기대감도 생긴다. 투자자들이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 과거 사례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1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한 시기는 ▶2000년 1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2022년 7월~2023년 6월 총 4번이었다. 하지만 이 중 주식·채권 시장을 모두 합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외국인 주식 줄여도 채권 투자 늘어 순유입


김영희 디자이너
우선 한·미 금리가 역전한 4번의 시기에서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이는 한·미 금리 차와 상관없이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해외 투자 방식이 편리해 지면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반면 흔히 외국인으로 통칭되는 국내 비거주자의 국내 투자는 주식과 채권에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5년 8월~2007년 9월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생기기 직전인 2018년 3월~2020년 2월에는 국내 비거주자의 주식 투자금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한·미 금리 역전 영향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 불안정과 미·중 무역갈등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실제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비거주자의 투자 금액은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반대로 국내 채권 시장에서 투자금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국내 비거주자의 자본은 순유입이 됐다. 한·미 금리 차 역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본 유출은 실제론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한·미 금리 차가 사상 최고로 벌어진 최근(2022년 7월~2023년 6월)에는 비거주자의 채권 투자금은 물론 주식 투자금도 전부 순유입됐다.


“자본 조달 비용 상승엔 대비해야”


다만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에서는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원화가 외화보다 금리가 높았던 시기에는 기업들이 싼 이자로 외국 자본을 들여오면서, 자본조달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금리가 원화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해외 금융사로부터 들여오는 차입금 부담이 오히려 올라가게 됐다. 이는 기업 실적에 악영향으로 작용한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외금리 차 역전 현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큰 폭의 금리 차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경제주체의 외자조달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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