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미국 정찰기 무단침범…미국 위태로운 비행 경험할 것”

권중혁 2023. 7.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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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미군 정찰기가 북한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무단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반복되는 무단침범 시에는 미군이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김 부부장의 미군 정찰기 상공 침범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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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미군 정찰기가 북한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무단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반복되는 무단침범 시에는 미군이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행동을 이미 예고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김 부부장의 미군 정찰기 상공 침범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군 정찰기의 상공 침해를 일방적으로 문제 삼으며 군사 도발을 감행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 15분부터 13시 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에서 조선 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하면서 공중정탐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이례적으로 지칭하면서 “대한민국 군부는 또다시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해 중뿔나게 앞장에 나서 ‘한·미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부인해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해당 공역과 관련한 문제는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군부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막말로 비난했다.

이번 담화를 포함해 북한은 10∼11일 이틀 동안 세 차례나 미군 정찰의 상공 침범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10일 오후 9시쯤 관련 담화를 발표한 이후 9시간 만에 또다시 담화를 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도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영공 침범 주장과 관련해 북한이 EEZ(연안으로부터 200해리)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제법상 영해(12해리)가 아닌 EEZ는 통상 ‘무해통항권’(선박이 연안국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않을 경우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는 공해이기 때문에 김 부부장의 주권 침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틀 동안 세 차례 담화를 발표한 것은 단순 여론전 범위를 넘어 군사적 행동 예고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과거 사례까지 들며 얘기한 것을 보면 말로만 하는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1969년 미군 정찰기 EC-121와 1994년 주한미군 OH-58 헬리콥터가 격추당한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며 중요하게 기념하는데, 올해가 전승절 70주년이라 북한이 이날을 맞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남측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대남 비난 메시지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은 최초”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한민국’ 지칭과 관련해 북한이 ‘적대적 공존’에 무게를 둔 ‘두 개의 한국’(Two-Korea) 정책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양 총장은 “김 부부장이 이번 사안을 두고 ‘북·미 간 문제’라고 규정한 것처럼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과 협의하지 않겠다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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