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연발한 작품"…'비닐하우스', 김서형X안소요 조합으로 완성된 아픔 [종합]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빛나는 영화 '비닐하우스'가 관객들을 찾는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 이솔희 감독이 참석했다.
'비닐하우스'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요양사로 일하고 있는 문정(김서형 분)이 간병하던 노부인이 사고로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솔희 감독은 작품에 대해 "이 영화는 '돌봄'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됐다. 누군가를 돌봐야만 하는 사람과 누군가에게 돌봄을 당해야만 하는 사람을 내밀하게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 돌봄으로 얽힌 인물들의 깊고 어두운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서형은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이렇게 예쁜 감독님이 쓰셨나 싶기도 했는데, 읽는 순간 엄청 울었던 거 같다"고 말한 뒤 "(양재성) 선생님이 연기한 캐릭터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뉴스에서 보고 안타까웠던, 지금 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회피하고 싶은 인물들이었다. 제가 언젠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마주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태강 역을 맡은 양재성은 "등장인물들이 다 끙끙대며 살지 않나.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재법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물을 신나게 연기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우리 사회에 이런 인물이 존재한다는 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태강이라는 인물이 저와 맞다. 내가 맡으면 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앞을 못 보게 된 사람의 특징을 티 안나게 어떻게 연기할지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순남 역의 안소요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미쳤다'를 연발하면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순남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매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인물도 마찬가지지만, 순남도 악의는 없는데 그 천진난만함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께름칙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모순적인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 푹 빠져서 순남을 사랑하면서 연기한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서형과의 호흡에 대해서 양재성은 "경험이 많으니까 전혀 불편함 없는 그런 내면을 갖고 있더라.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며 "저도 연기하면서 후배나 동료들에게 불편하면 얘기하라고 한다. 보기보다는 훨씬 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안소요는 "마치 덕통사고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극중 문정이 순남에게 친절한듯 하면서 선을 긋지 않나. 실제로 선배님이 그러시는 듯 했다"면서 "문정이 순남을 좀 더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선배님 옆모습을 보면서 '날 좀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김서형은 "소요 씨가 영화에서 날 것을 보여줬는데, 좋은 의미에서 제 대사를 하지 못 할 정도로 많은 걸 준비해와서 '나도 대사 좀 하자!'고 한 적도 있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솔희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영화가 파국을 이야기하고 모든 인물이 부서지지만, 그럼에도 살아낼 희망이 있다. 정말 살아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그걸 나쁜 방식으로 이야기하더라도 문정 같은 인물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누군가를 돌보는 게 아니라 주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머니를 보면서 많이 했다. 돌봄이라는 관계를 보면서도 했다. 조금 이기적이지만 타인을 위해서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닐하우스'는 26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고아라 기자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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