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선 멕시코, 아시아선 태국…‘전기차 핫플’로 뜬 까닭
아시아에서는 태국, 북미에선 멕시코가 ‘전기차 생산기지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태국 시암모터스그룹이 다수의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가을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태국에 5억 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나온 소식이다.
이 밖에도 중국 창청자동차·창안자동차·상하이자동차 등이 줄줄이 태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 중이다. 자국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러자 그간 태국을 생산 거점으로 삼아온 일본 도요타 등이 위협을 느끼고 전기차 생산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독일·미국 업체가 앞다퉈 멕시코로 달려가고 있다. 최근 독일 아우디가 멕시코 푸에블라주(州)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미국 테슬라, 독일 BMW 등이 줄줄이 소환됐다.
앞서 지난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멕시코 누에보레온주(州)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시설’이 될 것이란 수식에, 투자 규모가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9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BMW도 지난 2월 8억 유로(약 1조1400억원)를 투입해 전기차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태국과 멕시코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비결은 뭘까.
IRA 혜택·아세안 관문…전략적 위치
가장 큰 공통점은 지정학적 이점을 지녔다는 점이다. 지리적으로는 중남미지만 경제적으로는 북미로 분류되는 멕시코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덕분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미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IRA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IRA가 아니었다면 멕시코가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지 못했을 수 있다”(카를로스 세라노 BBVA멕시코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언도 나온다.
태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과 매우 가깝다. 총 6억5000만 인구가 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인 셈이다.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뻗어 나가기도 수월한 편이다.
인건비 낮은데 인프라는 ‘탄탄’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낮은 인건비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멕시코 제조업 부문의 임금은 지난해 기준 시간당 2달러로,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태국 역시 최근 인건비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최저임금으로 따지면 월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동차 산업 관련 인프라는 탄탄하다.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인 멕시코에는 이미 미국 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이 진출해 있는 만큼 기본적인 생산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태국은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이 수십 년간 생산 거점으로 삼아온 덕에 숙련된 기술자가 많다. 그동안 축적된 부품사·인력·공급망 네트워크가 매력이란 것이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분석이다.
세제 지원 등 정부 지원 팍팍
전기차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두 나라 정부의 야심도 크다. 멕시코의 첫 좌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미국과 날을 세우고 있지만 셈은 날카롭다.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테슬라와 여러 번 접촉하고, 공장 설립 사실을 직접 발표했을 정도로 IRA를 적극 활용해 관련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FT는 “오브라도르 정부는 멕시코를 ‘니어쇼어링(근거리 아웃소싱)의 허브’로 만들 계획”이라며 “특히 미국과 가깝고 우수한 인력이 많은 북부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국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다. 현재는 전기차 보급 비율이 약 2%에 불과하지만, 2030년까지 연간 생산 차량(현재 약 250만 대)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연구개발 보조 등 지원을 확대 중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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