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 도의회에 '유감'... 행복교육지구 예산 갈등 풀릴까
[윤성효 기자]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 윤성효 |
행복교육지구·행복마을학교 예산 삭감을 두고 도의회와 갈등을 빚었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박 교육감과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경남도의회와의 대치 국면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교육감은 11일 오후 열린 경남도의회 제406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양해해 주신다면 제가 이 자리에서 한 말씀 올리겠다"라며 회의에 앞서 발언했다.
박 교육감은 "지난번 교육비특별회계 1차 추경이 이루어지고 난 뒤 교육감 인사말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의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점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죄송하다는 마음을 담아 이 자리에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교육감은 "오늘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어린 시절 할머니의 모습을 잠깐 떠올렸다. 겨울밤 할머니께서 화롯불 불씨를 새벽까지 꺼트리지 않기 위해 타고 난 재를 불손으로 따박따박 다지시던 모습"이라며 "왜 갑자기 할머니의 그 모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교육감의 심정이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예산을 편성한 교육감이나 이를 심의 의결하는 의원들이나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경남도의회의 권위와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존중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진부 도의회 의장은 "우리 의회와 집행부는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양 수레바퀴"라며 "교육청과 여러 뜻을 모아 경남 발전을 이끈다는 생각을 가지고 소통과 협치로 도민을 위해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고 화답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6월 22일 열린 정례회 본회의에서 경남교육청에서 제출했던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행복교육지부·행복마을학교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이후 박 교육감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도내 학생 40만명 중 50% 이상이 마을교사와 함께 다양한 놀이, 체험을 하면서 행복을 누렸는데 도의회가 진영과 이념 문제로 이를 잘못 해석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라며 "박종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후 경남도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교육감이 의회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경남도의회 교육청 소관 예결특위는 박 교육감의 발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김진부 의장이 감정적 대립을 자제하자고 만류해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삭감된 행복교육지구 관련 예산이 되살아 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9월 열리는 회기 때 2차 추경안 편성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경남도의회 "새로운 의정 활동 시작을 위한 도약 계기"
한편 경남도의회는 본회의에 앞서 의회 현관 앞에서 개원 1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도약과 경남 도민을 위한 의정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 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체 의원들이 참석했다. 미래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최연소 도의원인 윤준영 의원(거제3)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낮은 자세로 도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쌍방향 소통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과, 합리적인 대안제시로 지역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것, 견제와 감시로 의회의 위상을 제고하고 지방정부의 한 축으로 열정을 다할 것, 민생중심의 의정활동으로 경남 발전을 위해 힘차게 정진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 경남도의회 결의대회. |
ⓒ 경남도의회 |
자유발언 나선 도의원들의 다양한 제안
이날 본회의에서 여러 의원들이 다양한 내용으로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조영명(창원13) 의원은 "경남에서 출토된 유물을 경남 지역사회가 관리하고 연구하며 우선적으로 향유할 권리를 확보하는 문화재 자치 물꼬를 트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기원전 한반도 문자사용을 추정할 수 있는 창원 다호리 출토 붓과 5세기 가야인들의 실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김해 출토 도기 인물형뿔잔을 언급하며 "두 유물 모두 지역의 역사성을 함의한 대표 유물임에도 지역사회가 유물을 보유하지도 감상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창원 다호리 출토 붓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김해 출토 도기 인물형뿔잔은 국립경주박물관에 각각 보관되어 있다. 조 의원은 "경남에서 타 시·도로 반출된 유물은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경남의 문화유산을 지역사회의 품으로 되돌릴 때"라고 강조했다.
한상현 의원(비례)은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인상과 명절수당 등에서 불합리함이 없도록 처우개선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 의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같거나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경남도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체계와 수당 지급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급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기관별로 많게는 월 6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또 한 의원은 "도 산하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복지시설의 노동자들도 명절수당 등 처우에 불합리함을 겪고 있다"며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이 분들의 처우개선이 곧 공공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준 의원(양산4)은 "경남도가 하천의 홍수 피해와 수질 오염 등을 막기 위해 지방하천과 소하천 관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홍수와 녹조 등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것은 지방하천과 소하천 관리가 지자체의 예산 사정에 따라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이라며 "지방하천과 소하천 정비와 관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라고 당부했다.
김구연 의원(하동)은 지역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자율방범대 지원 확대와 우리동네파수꾼 사업 확대 추진을 촉구하였다.
이영수 의원(양산2)은 "경남지역 과밀학급 및 원거리 통학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도 교육청이 과밀학급 해소 및 원거리 통학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경남지역 과밀학급 비율은 10.3%로 초등학교는 0.6% 수준으로 양호하나, 중·고등학교는 각각 21%, 22.3%로 양호한 학습권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허동원 의원(고성2)은 경남도에 "우리가 잊어버린 적진포 해전을 재조명하고, 성역화 및 관광자원화 정책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허 의원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승전지 뿐만 아니라 '고성의 월이 이야기' 같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함께 발굴해 순례길 콘텐츠로 연결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순신 장군의 소중한 1승 적진포 해전을 기리고 성역화 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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