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의 공포’ 커지는데…“대규모 부양책 가능성 낮아”
중국에서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 기색이다.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가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관리감독총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2024년 말까지 만기가 되는 미결제 대출에 대해 1년간 상환 연장 조치를 해줄 것을 시중은행에 요구했다. 자금난에 처한 부동산 기업들을 지원하는 취지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월간 신규 주택 판매 증가율이 4월(31.6%) → 5월(6.7%) → 6월(-28.1%) 연달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찔끔’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데다가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의 물가상승률 발표 이후 중국에서 이른바 ‘D의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0%로 28개월만 최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2%다. 또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5.4%를 기록해 2015년 12월(-5.9%)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에 관해 데이비드 취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는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의 경기 반등 열기가 식었음을 시사한다”며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수요 약화 신호”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가계와 기업이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투자를 미루면 물가 하락과 경기 둔화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부양책이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중국 당국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추가로 지갑을 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루스 팡 JL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놀라울 정도로 강한 거시정책을 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방 정부의 부채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10월에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약 721조원) 규모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내놨는데, 지방 정부들이 과도한 부채를 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37조 위안(약 6644조원)에 달한다. 중국 지방 정부들이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을 이용해 차입한 숨겨진 부채까지 고려하면 부채 규모는 더 커진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LGFV가 설립한 수천 개 금융기업의 숨겨진 차입금을 포함하면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주민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달 29일 “중국 정부가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중국 당국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부동산 기업과 지방 정부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약 55조 달러(약 7경2710조원) 규모인 중국 내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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