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자녀들 "원치 않는 공탁, 두 번 죽이나"

장희준 2023. 7. 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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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한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의 배상금 공탁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들 피해자 4명이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자 이달 초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정부는 이춘식 할아버지를 비롯한 나머지 피해자 4명이 이 방식을 거부하자, 지난 3일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카드를 꺼냈으나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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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이긴 재판 무마시키는 꼴"
"정부와 타협 없다…일본이 사과해야"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한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의 배상금 공탁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긴 재판을 무마시키면서 공탁을 건다는 것은 피해자를 다시 죽이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정문에선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쓰비시 히로시마 중공업 피해자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장남 정종건씨, 일본제철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운씨와 장남 이창환씨 등 정부의 해법을 거부한 피해자 4명 가운데 2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가족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폭우로 상경하지 못해 불참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종건씨는 "(정부가) 제3자 변제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법을 스스로 우습게 만들고 있다"며 "공탁은 전면 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에서 사과와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이들 피해자 4명이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자 이달 초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법원은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고운씨는 '죽을 때까지 공탁을 반대할 것'이라는 부친의 입장을 대신 전하면서 "이겼던 재판을 무마시키며 공탁을 건다는 것은 아버지뿐 아니라 돌아가신 피해자분들도 다시 죽이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타협은 없다"며 "일본 정부로부터 당연히 사죄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 공탁의 핵심은 채권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30년 넘게 소송해온 사람이 받은 판결을 없애겠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자녀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심규선 재단 이사장을 만나 '더 이상 공탁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전했으나, 심 이사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으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5명 중 11명이 이를 수용했다. 정부는 이춘식 할아버지를 비롯한 나머지 피해자 4명이 이 방식을 거부하자, 지난 3일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카드를 꺼냈으나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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