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용과 안우진의 시즌 중 새로운 구종 장착? 동상이몽

배중현 2023. 7. 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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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전환한 이정용. 이정용은 당초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이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자 포크볼 장착에 집중하고 있다. 이정용의 투구 레퍼토리 변경을 반기는 건 염경엽 LG 감독이다. IS 포토


투수가 시즌을 치르며 새 구종을 장착하면 위험할까. 아니면 한 번 해볼 만한 시도일까. 이를 둘러싼 두 팀 감독의 반응이 흥미롭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긍정파'라면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부정파'에 가깝다.

▶포크볼 장착 시도하는 이정용

LG 이정용은 최근 포크볼 장착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보직을 선발로 바꾸면서 구종의 다양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불펜에서 뛸 때는 구종이 단조롭더라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변화가 필요했다. 당초 체인지업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잘 맞지 않아 포크볼로 바꿨다.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건 염경엽 감독이다. 염 감독은 "결정구를 체인지업으로 하려고 했는데 (헛)스윙 비율이 안 나오더라. (결정구로 던지더라도) 다 파울이 나서 포크볼로 바꾸기로 했다"며 "결정구가 없으니 투구 수가 너무 많아졌다. (LG에서 포크볼을 가장 잘 던지는) 김진성에게 원포인트(개인 레슨)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정용의 선발 투수 첫 2경기 평균자책점은 1.80.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닝당 투구 수는 21.6개로 많았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더라도 타자와의 승부를 쉽게 결정짓지 못했다. 직전 등판인 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이닝 7피안타(1피홈런) 6실점으로 부진한 이유이기도 했다.

투구 레퍼토리 변화에 우려는 없을까.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정용의 포크볼 비율은 지난해 전체 투구 대비 0.1%에 불과했다. 염경엽 감독은 "정용이는 그래도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 감각이 좀 있다. 그 전에 포크볼을 던지다가 체인지업으로 바꿨다. 결국 중간이고 선발이고 결정구가 없으면 투구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선발 이정용'으로 성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걸 강조했다.

국내 최정상급 토종 선발 자원인 안우진. 안우진은 시즌 초반 스위퍼 장착에 큰 관심을 보여 화제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의 새로운 구종 장착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IS 포토


▶스위퍼를 바라보는 안우진

키움 안우진의 관심 구종은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Sweeper)이다. 안우진은 시속 150㎞ 넘는 강속구에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는 KBO리그 대표 선발 투수. 구위와 완급 조절 모두 수준급인 '완성형 투수'인데 개막 후 스위퍼에 강한 관심을 드러내 화제였다.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구단 전력 분석이 기타 구종으로 스위퍼를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스위퍼에 대한 언급이나 조명이 이전보다 덜해졌다. 홍원기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하에 "본인의 강력한 무기(직구·슬라이더)가 있는데 그 무기를 배제하고 또 다른 무기를 장착하는 게 위험 부담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알고도 속는 변화구다. 지난해 피안타율이 0.173, 올 시즌에도 0.191로 '언터처블'에 가깝다. 지난해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을 차지한 비결 중 하나. 굳이 다른 구종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사령탑의 판단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홍원기 감독은 "겨울 동안 준비한 것도 아니고 (시즌 중에) 갑작스럽게 한다는 게 좀 우려스럽긴 하다. 부상 위험도 있다"며 "그 부분(스위퍼 장착)에 대해 마음을 비웠다는 얘길 들었다. (굳이 스위퍼를 장착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본인이 많이 노력 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염려하고 있지 않다"고 신뢰를 보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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