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고 싶다" 떼쓰는 남자, 이 부부의 문제점
[이준목 기자]
외향적이지만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한국인 남편, 내향적이라 거절을 힘들어하는 일본인 아내, 성격차이와 소통문제로 갈등을 빚는 한일 유투버 국제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0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한 지붕 다른 꿈 도쿄 이몽(異夢) 부부' 국제 결혼 부부가 출연했다. 35세 한국인 남편 윤상진-28세 일본인 아내 마코 부부는 현재 결혼 5년 차로 일본에서 거주 중이었다.
남편은 군 제대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봉사활동 모임에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아내를 만나서 첫 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한 끝에 연인이 됐다고. 아내는 원래부터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하던 팬이었고, 실제로는 처음 만난 한국인이었던 남편을 보고 아이돌인 줄 알았다며 여전히 서로에 대한 콩깍지를 인증했다.
결혼 후 도쿄 신혼집에서 살고있는 부부는, 남편이 일본 대기업의 제조업 영업기획부에서, 아내는 간호사로 각자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맞벌이를 하고 있었으며, 부업으로는 함께 유튜브까지 하고 있었다. 부부의 연 수입은 2억 원에 이른다고 밝히며 별다른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는 상태였다.
부부는 이전의 다른 출연자들처럼 부부간의 사이가 심각하다거나 크게 불행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개선하고 싶고 상담 받고 싶은 부분이 있어 출연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아침식사 준비를 아내가 담당하면, 남편이 청소, 설거지 등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남편은 아침부터 유투브로 자동차 관련 영상을 시청하며 '차 마니아'의 면모를 드러냈다. 부부는 이전에도 자동차를 구입했으나 잘 타지 않고 유지비만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석 달 만에 팔았던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남편은 차를 다시 구입하고 싶다면서, 별다른 관심이 없는 아내에서 하루종일 계속 명품 차량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른바 '차스라이팅(차+가스라이팅)'을 벌이고 있었다. 패널들은 대화 맥락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남편을 보며"기가 막힌다"며 혀를 내둘렀다.
남편은 "수입에 비하면 검소하게 사는 편"이라며 차량을 구입할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고, 대신 식비나 생필품같은 다른 분야에서는 돈을 아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차량만 아니라, 컴퓨터, 카메라 등 굳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본인이 원하는 것이 생기면 '큰 소비'를 참지 못한다고 폭로했다.
부부는 남편의 설득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기 살기위하여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한다. 남편이 '50억'이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제시한 반면, 아내는 특별한 목표보다 "가족과 더 함께할 시간"을 언급하며 가치를 더 중시하는 성향이었다. 정작 아내가 절약과 저축을 중시하며 목표에 더 충실한 반면, 오히려 경제적 자유를 먼저 내세웠던 남편이 굳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명품 차량을 구입하자고 조르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운전 실력이 떨어진다고 폭로하며 "우리가 목표를 세우지 않았나. 목표 금액을 모을 때까지 과소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알면서도 자꾸 차를 사자고 하니까 과거 배운 교훈이 흘러나가는 느낌이다"고 난감함을 토로했다. 반면 남편은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해서 원하는 걸 갖지 못했던 마음이 한이 됐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차량 구입은 본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투자이자 '동기부여' 차원이라고 포장했다.
지켜보던 오은영과 패널들은 모두 쓴 웃음을 지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은영은 "위험한 생각을 하신다. 그저 본인 기분 좋아지고 싶어서 차량 구입에 7000만 원을 쓰겠다는 것 아닌가. 그 이유가 자산 증식에 있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은영은 "고가의 물건을 소유하는 것으로 어린 시절에 못 이룬 만족감을 채우려고 한다면 아내와 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남편이 가진 돈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곧이어 더 심각한 남편의 진짜 문제가 드러났다. 부부는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위해 일본의 데이트 명소 '아사쿠사'를 방문했다. 부부는 먼저 기모노 대여점에서 촬영을 위한 의상을 골랐는데 남편은 아내에게 화려한 의상을 입을 것을 요구했다. 아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며 완곡하게 "싫다"는 거부의사를 몇 차례나 밝혔으나,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했다. 결국 아내는 남편의 뜻에 따라 기모노를 입어줬다.
남편은 아사쿠사 데이트 콘텐츠 촬영을 하면서 이번에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하여 아내에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쿠란보 댄스'를 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남편의 무리한 요구에 견디다 못한 아내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내는 "보는 사람이 행복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유튜브 조회수가 중요하냐 아니면 내가 더 소중하냐?"라고 물으며 서운함을 터뜨렸다. 그제서야 남편은 당황하며 압박을 멈췄다.
잠시후 마음이 다소 진정된 아내는 오히려 남편의 요구를 다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하여 "미안해"라며 먼저 사과를 하기도 했다. 패널들은 "마코가 왜 미안하다고 해야하냐"며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아내가 싫다고 여러 번 얘길 하는데 남편이 한 번도 들어주질 않더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끝까지 남편분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설명하고 설득만 하지 아내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오은영은 패널인 하하가 격식있는 한복을 입고 나가야 하는 성인 모임에 아내가 골라준 색동저고리를 입고 나가는 상황에 비유하며 "결혼한 사람이 입으면 안 되는 옷을 '당신은 동안이라 괜찮다'고 하면서 억지로 입힌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집요하게, 기어이 밀어붙인다. 무언가에 꽂히면 그게 온 머리를 꽉 채운다.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강도로 끝나지 않으면 못 견딘다. 그러면 다음에 가서라도 입혀야 한다. 이러한 남편의 성향은 '충동성'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하며 남편의 위험한 폭주를 경고했다.
그날 저녁, 부부는 지인은 또 다른 한일 부부를 집으로 초대했다. 남편은 내향적인 아내가 자신처럼 외향적으로 바뀌길 바랐고, 아내가 친구들의 모임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집에서 진행했다.
부부는 친구들에게 출산 이후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남편은 육아 휴직을 빌미로 고향인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지만, 아내는 출산 후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얻으며 육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남편은 "일본에 살다 보니까 답답한 점이 많다"라며 출산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재차 강하게 드러냈고, 아내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부부는 지인들이 돌아간 이후 다시 대화를 나눴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남편은 "육아 휴직으로 인한 1년이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편은 일본에서만 살아온 아내가 외국인 한국에서 살아보면서 다양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본인은 4년째 일본에서 사는 게 힘들어서 우울증까지 왔다고 불평했다.
반면 아내는 결혼식을 한국에서 치르느라 엄마와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등 결혼 준비를 함께 하지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토로했다. 아내는 출산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한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솔루션에 나선 오은영은 남편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자신의 경험과 판단만을 기준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자기애'가 과도하다는 진단이 나왔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면 아내를 자꾸 통제하려는 듯한 성향으로까지 나타났다. 남편은 현재 자신의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뤘다고 여기며 강한 자신감과 함께 타인을 설득하려는 태도를 강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남편은 목표를 향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아내라는 사람'이 빠져 있다"라고 지적하며 "남편이 경험한 성공적인 데이터를 오롯이 아내에게 그대로 적용한다. 그래서 자기중심적인 거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한다. 아내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걸 존중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한편 아내는 지나치게 착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최대한 갈등 상황을 피하려다보니,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속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오은영은 아내를 위하여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해서 그와 사이가 나빠지는 건 아니다"라고 조언하며 "앞으로는 '나는' '내 맘이야'라고 본인이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법을 많이 연습해야 한다"라며 본인의 의견을 적극 표출해볼 것을 응원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출연자는 '한일 국제부부'와 관련된 컨텐츠로 유투브에서 나름의 인지도가 있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최근 유투브 조회수를 위하여 커플 콘텐츠를 자극적으로 활용하는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쿄 부부의 이야기는 그 부작용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유투브 영상에서 보여주던 유쾌하고 다정한 이미지 메이킹과 달리, 오직 조회수를 위하여 아내를 계속 몰아붙이고 억지스러운 연출을 일삼는 남편의 이면이 드러난 것은, 오은영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큰 불편함을 선사했다. 본인들은 물론이고 이들과 비슷한 국제부부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위화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VCR에서는 자신의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독불장군같은 모습으로만 비쳤던 남편은, 정작 스튜디오에서는 오은영과 패널들의 연이은 지적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며 잘못을 너무나 순순히 인정했다. 본인이 먼저 경제적 자유를 내세웠으면서도 "어린 시절의 한 때문에 비싼 물건 소유에 집착한다"거나 아내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모습 등, 논리적으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남편의 언행들은 갈등구도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시청자들은 그동안 유투브에서 행복한 일상을 강조해왔던 이 부부가 뜬금없이 고민을 의뢰하는 부부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체가 부자연스럽다며 그 의도에 대하여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부부는 성격 차이는 존재했지만 서로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나 외부적인 갈등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여러 번이나 출연자들의 자질과 진정성 문제로 논란을 겪었던 <결혼지옥>이었기에 출연자 섭외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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