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틸레버 구조 ‘정자교 붕괴’, “콘크리트 문제에 유지관리 부실까지”

사고조사위원회 11일, 정자교 붕괴 사고원인 발표
동결융해·제설제로 콘크리트 손상, 철근 부착력 감소

이용강 국토안전관리원 자체 사고조사위원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성남 정자교 보도부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정자교 붕괴사고 조사결과 교량 노후화로 콘크리트와 철근 부착력이 감소된 가운데 제 때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11일 국토교통부는 정자교 보도부 붕괴사고 관련 사고 원인조사 결과와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 5일 오전 9시 45분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탄천을 지나는 정자교 보도측 약 40m가 붕괴돼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콘크리트 손상으로 철근 부착력 상실
교량 보수·보강 조치도 미흡

국토부는 산하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자체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원인을 조사토록 했다. 사조위는 민간전문가를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4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활동했다.

사조위는 도로부 하부 콘크리트와 캔틸레버부 인장철근 사이의 부착력 상실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자교는 한쪽 끝은 고정돼 있으나 다른 쪽 끝은 하중을 받치는 구조물이 없는 캔틸레버 형식으로 지어졌는데 쉽게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사조위의 정자교 콘크리트 코아채취 및 재료시험 결과 도로부 콘크리트에 수분이 침투한 상태에서 기온에 따라 얼고 녹는 동결융해 현상과 제설제 등에 의해 손상돼 캔틸레버부를 지지하는 철근의 부착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 17개 평균압축강도는 32.7MPa로 설계기준강도 40MPa의 82%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17개 중 14개의 시료가 기준 미달이었다.

현장조사 결과를 반영한 구조해석 결과 정자교 도로부 슬래브는 안전율(1.0)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캔틸레버부(보도부)는 콘크리트 상면에서 아래쪽으로 약 13cm까지 열화(층분리·염해 등)돼 캔틸레버 부분의 처지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괴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대로 된 보수·보강 조치가 미흡했던 점도 붕괴의 원인이 됐다. 정자교는 지난해 하반기 정기 안전 점검에서 B(양호)등급 판정을 받았다.

점검과정에서 포장 균열, 캔틸레버 끝단 처짐, 동결융해로 인한 균열 파손, 슬래브 하면 백태 및 우수유입 증가 등이 관측 보고됐으나 원인분석과 관련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적시의 보수·보강 조치도 미흡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고원인과 관련자 처벌을 위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 및 관련업체 등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부, 재발방지 대책 세워…D·E등급 시설물 보수 기한 5년→2년

국토부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에 제도개선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구조·진단 전문가 13인 등으로 구성된 ‘시설물 안전점검·진단 제도개선 TF’를 꾸려 지난 4월 12일부터 총 4회 운영했다.

우선 관리주체의 상시관리 의무 및 인력·재원 확보노력을 시설물안전법에 명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설물에 중대결함이 있거나 안전등급이 D·E 등급인 경우 보수·보강, 긴급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리주체의 의무를 강화한다. 중대결함과 D·E등급 시설물에 대한 보수·보강 완료기한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긴급조치·보수관련 벌칙 강화 등과 관련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점검 수준을 강화하고자 2, 3종 시설물(30년 경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올해 하반기 실시토록 시특법을 개정하고 안전등급에 대한 산정기준을 강화한다. 또 정기안전점검 책임기술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상향할 방침이다.

시설물 관리체계 고도화를 위해 교량 등 점용물(수도관·하수도관 등) 추가시 구조안전 확인절차를 마련하도록 도로법령을 개정토록 하고 시설물 안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등 제도를 개선한다. 캔틸레버 교량은 정보화시스템(FMS)에 병기해 별도 관리한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노후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시설물 안전과리체계 전반에 걸쳐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철저히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정자교 붕괴 사고 이후 전국의 캔틸레버 교량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캔틸레버 교량 현황 조사 결과 전국 2만9186개 도로교량 중 캔틸레버 교량은 1313개로 나타났다. 특히 1기 신도시 전체 교량 196개 중 캔틸레버 교량은 56개(28.6%)였는데 대부분 분당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에만 51개소(91.1%)가 있었고 평촌 3개소, 중동 2개소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사고 이후 전국 지자체와 관리주체에 소관 도로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을 요청했으며 특히 1기 신도시의 캔틸레버 교량에 대해서는 국토부, 지자체 합동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분당을 제외한 일산·중동·평촌·산본 합동 실태점검 결과 2개소 긴급점검, 1개소 보수가 필요해 후속 조치가 이행 중이다. 성남시는 전체 교량에 대한 긴급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 정자교 등 17개 캔틸레버 교량의 보도부를 재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