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미국은 세계 안전에 최대 위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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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하스(Richard Haass)는 지난 6월 말,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문제 연구 기관인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재 세계의 안전에 가장 심각한 도전은 무엇이며, 그를 잠 못 자게 하는 위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바로 미국이라고 답한다.
이런 미국 내의 도전 때문에 평생을 국제문제 전문가로 살아온 그가 국내 문제에 우선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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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발발 국제사회 분열
미국내 민주주의 작동시 평화 보장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는 지난 6월 말,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문제 연구 기관인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과거 미 국방부, 국무부, 국가안보회의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무려 20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대외전략 입안과 실행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누구보다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가 지난 7월1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한다. 그는 현재 세계의 안전에 가장 심각한 도전은 무엇이며, 그를 잠 못 자게 하는 위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바로 미국이라고 답한다. 매우 낯설고 당황스러운 답변이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불안한 세계에서 신뢰할 만한 기둥이 되기보다는, 미국 자체가 불안의 가장 심각한 원천이고 민주주의의 불확실한 모범이 됐다고 본다.
그의 이런 비판적 입장은 지난 6월2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발표한 에세이에서도 이미 엿볼 수 있다. 그는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에는 당시 소련이나 중국도 일치해서 이를 규탄하고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동조했는데,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분열돼 하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원인을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국의 위상이 저하된 데서 찾는다. 1990년에 미국이 누렸던 이득은 다른 나라들의 파워가 커지면서 사라졌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패권국가가 아니고, 경쟁국들보다 한발 앞선 강대국일 뿐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단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냉전 후 시대는 질서보다는 혼란과 분열이 더 흔한 시대다.
외국의 많은 지도자는 그에게 미국의 미래에 관해 자주 묻는다고 한다. 그들은 바이든 정부가 과거 정상적인 미국으로 회귀한 것이고 트럼프 정부는 예외인가, 아니면 바이든 정부가 예외이고 트럼프주의가 새로운 미국의 모습인가를 궁금해한다. 미국 내에는 정치적 이유로 발생하는 폭력이 빈번하고, 정치제도는 의도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 미국 사회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
이런 미국 내의 도전 때문에 평생을 국제문제 전문가로 살아온 그가 국내 문제에 우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내부 위협을 줄이기 위한 구상을 올해 1월에 발간한 책, ‘의무장전: 좋은 시민의 10가지 습관(The Bill of Obligations: The Ten Habits of Good Citizens)’에 담았다. 그는 먼저 오직 권리만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의무도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시민의식의 정립을 호소한다. 또 그는 시민들이 정부의 작동 과정과 정책에 대해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적극 참여를 요청한다. 그 다음으로 더 나은 선을 위해 양보와 타협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폭력을 배척하고 평화적으로 문제해결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더 나아가 공공선을 촉진하고, 정부 작용을 존중하고, 시민의식 교육을 지원하는 등 집단책임을 고양하는 게 필요하며, 당파, 이념,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그는 앞장서겠다고 다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원활히 작동할 때, 글로벌 평화와 안보도 가능해진다고 그는 믿는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비관적이지 않은 그의 노력이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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