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지금 자영업자의 현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넘은 지 오래이고, 국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200%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즉 전 국민이 1년간 버는 돈보다 빚이 더 큰 상황입니다. 부채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연소득의 7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대출자 수가 약 300만 명에 달합니다.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 채무자)의 대출이 증가하고 부실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오마이뉴스 연속기고를 통해 가계의 부채 팽창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성원]
▲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지난 6월 20일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최근 들어 소상공인들이 가장 자주하는 말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코로나19로부터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은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다.
2022년 4월 18일, 정부는 그렇게 기다려온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전 해제를 발표했다. 자영업자들은 2년간 짓눌려온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보복 소비로 이어져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기를 바랐지만, 그 온기가 냉기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이어 찾아온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전 국민의 소비심리를 아예 냉각시켜 버린 것이다.
빚으로 빚 갚기, 이마저도 이젠 한계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고금리로 인한 부채 부담이다. 자영업자의 부채는 코로나19로부터 이어져온 상흔이며,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이 335조 원이 증가해 진즉에 1000조 원을 넘어섰다. 금리는 인상됐지만, 유동성은 축소됐다. 빚으로 빚을 갚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 상황에 달했다. 대출이자와 원금은 쌓여가고, 이제 더 이상 돈을 빌릴 여력마저 없다. 심지어 전기·가스 등의 에너지 비용과 택시 요금 등의 공공요금마저 인상됐다. 수입은 줄고 지출 부담은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비단 자영업에 한정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 국민이 같은 위기에 직면했다. 자영업자에게 있어 자신들의 부채 부담이 내부적 위험요소라면 소비자들의 가계부채 부담은 외부적 위험 요소이다. 자영업자에 더욱 심각한 것은 후자이다. 소비자들에게 코로나19가 돈 쓸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쓸 돈이 없거나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코로나 기간 자영업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소비심리만 부활하면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희망'이 사라졌다.
전 국민 빚꾸러기 시대는 자영업의 지형마저 변형시켰다. 매출은 줄고, 인건비, 임대료, 대출 이자 및 원금, 공공요금 등의 비용이 늘어났다. 고용원을 줄이고,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했다. 24시간 영업은 언감생심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지불하기 위해 부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 정도면 자영업(自營業)이 아니라 '타영업(他營業)'으로 불러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고민만 하고, 정작 '폐업할 결심'을 하지 않고 있다. 폐업은 일종의 출구전략이다. 생계 및 노후에 대한 대비 없이 폐업은 불가능하다. '폐업할 결심'에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실체적 대안이다. 또 자영업의 경우 매출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폐업하면 담보가 사라지고,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 폐업을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다. 어쩌란 말인가?
이 위기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까
9월이면 코로나 대출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이에 대해 정부에게도 긴급 점검 논의에 들어갔다. 자영업자들은 막연히 다시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오히려 이러한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영업 부채에 대한 해결책도 입장이 다양하다. 소상공인은 근본적인 탕감 내지는 현금성 지원을 바라지만 정부는 대환대출 및 새출발기금을 통한 부채 해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페널티가 따른다. 신용도 하락이 필수적이다. 신용이 하락해야 이용할 수 있거나, 이용하는 즉시 신용도가 하락한다. 자영업자가 신용을 유지하면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보안이 필요해 보인다.
과감한 파산면책과 회생, 신용회복 등의 정책도 제안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들의 '폐업할 결심'에 다가서기는 부족해 보인다. 과거 IMF 금융위기 시절을 포함해 자영업의 위기는 언제나 존재해왔다. 생각해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나 싶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남달라 보인다. 폐업할 결심이 아니라 포기할 결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위기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대출로 감춰왔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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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원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https://www.peoplepower21.org/category/economy)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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