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의무화"…'출산율 0.78명 쇼크' 돌파하는 韓기업
지난해 8월 박두레ㆍ김환씨 부부는 네 쌍둥이를 맞았다. 초산이 아닌 산모가 자연분만으로 네 쌍둥이를 낳은 국내 최초 사례다. 아빠 김환씨는 포스코에 다니고 있다. 회사는 9인승 승합차와 양육비 3600만원을 선물했다. 일반 출산 직원에게도 첫째 200만원, 둘째 500만원에 ‘아기 첫 만남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 50만원을 주고 있다. 철광회사인 포스코는 남성 직원 비중이 95%에 달하지만, 육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아빠’의 눈높이에 맞춰 복지제도를 마련했다.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전일(8시간) 혹은 4ㆍ6시간 재택근무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덕분에 육아휴직 후 복직률은 93.1%에 이른다.
11일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출산ㆍ육아 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을 펴냈다. 책자에 ▶법정 기준보다 앞서가는 제도를 시행하고 ▶육아휴직이 끝나고도 원활하게 일터에 복귀하도록 지원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성장하는 11개 기업의 사례를 실었다.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 0.78명 ‘쇼크’ 돌파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인 모션도 포스코처럼 직원 83%가 남성인 ‘남초’ 회사다. 하지만 출산ㆍ육아 복지제도는 성별 구분 없이 적용한다. 육아휴직은 최소 6개월 의무로 써야 한다. 물론 1년 이상도 가능하다. 육아휴직자가 있으면 대체인력도 적극 채용하고 내부 대체근무자에게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워킹대디들의 소모임 ‘아빠는 모션 히어로’도 운영 중이다.
LG전자 직원은 육아휴직으로 2년, 유급 난임치료휴가로 3일을 쓸 수 있다. 법정 기준 이상이다. 맘 편하게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게 복귀 시 성과평가 등급은 평균 이상으로 주도록 했다. 롯데그룹은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제’ ‘남성육아휴직 의무화제도’ 등을 도입했다. 육아휴직 첫 달은 100% 임금을 지급하고, 각종 현금 지원도 나간다.
중소기업인 남경엔지니어링은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70만원의 축하금을 주고 있다. 자녀가 많을수록 금액도 늘어난다. 출산휴가를 쓸 때 미리 휴가원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 출산 예정일에 전화 통보만으로도 가능하다. 가족돌봄 휴직이나 가족돌봄 휴가는 무급이 아닌 유급이고, 휴직과 휴가 일수도 제한이 없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자녀를 퇴근하기 전까지 돌볼 수 있는 별도의 가족돌봄실도 있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이번에 소개된 우수 사례를 참고해 워킹맘ㆍ대디가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일터 여건을 조성한다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출산ㆍ육아 지원제도는 대부분 중소기업에게 ‘그림의 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아빠 육아휴직자의 71%가 종사자 300인 이상 기업에 쏠려있다. 엄마 육아휴직자도 62.4%가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었다. 심리적인 장벽도 여전했다. 시민단체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5.2%가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67.1%에 달했다. 실제로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11개 우수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ㆍ중견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순수 중소기업’은 고작 두 군데였다.
윤수경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출산ㆍ육아 지원제도는 직원 복지를 넘어 기업의 성과로도 이어지는 요소”라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출산ㆍ육아 관련 비용 지급, 대체인력 제공 등 여러 지원책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구 문제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기업을 대상으로 ‘인구영향평가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별로 직원들이 결혼을 얼마나 했고, 자녀는 얼마나 낳았는지를 점수화하고 어떤 출산 친화적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에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주자는 제안이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먼저 1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작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하면 된다”며 “기업도 출산·육아 지원을 비용이 아니라 미래 투자란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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