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제작→154만원 낙찰→3000만원 철거…짝퉁 거북선 해체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지만, 짝퉁 논란에 휘말린 ‘1952 거북선’이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배를 부순 뒤 나온 목재는 불에 태우고, 남은 철근은 고물상에 팔려간다.
11일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서 거제시는 거북선 해체를 시작했다. 장맛비가 내린 이날 오전 작업 현장소장의 지시와 함께 포크레인이 거북선을 부수기 시작했다. 뱃머리에 달려 있던 용 머리는 포크레인의 움직임에 떨어져 나갔다.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의 거북선은 이날 60%가량이 철거되며 원래 모습을 잃었다. 이번 작업으로 해체되는 양은 약 112t에 이른다. 거제시는 오는 23일까지 해체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경상남도는 2010년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거북선 재현 사업을 시작했다. 당초 국비와 도비를 합쳐 20억원 규모의 사업을 계획했고, 실제 약 16억원을 들여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만들어냈다.
고증을 거쳐 임진왜란 때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1592 거북선’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제작 업체가 국산 소나무 ‘금강송’을 쓰겠다던 계약을 어기고 80% 넘게 외국산 목재를 쓴 것이 드러났다. 해당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등 논란에 휩싸이며 ‘짝퉁 거북선’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꼬리(선미) 부분이 부서졌다. 제작하면서 방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목재가 썩고 뒤틀렸기 때문이다. 유지관리를 하는 데만 약 1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결국 배는 폐기 처분 의견을 받았다.
거제시는 거북선을 폐기하기 전에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공매는 7번의 유찰을 겪었고, 끝내 60대 여성이 154만5380만원에 배를 낙찰했다. 16억원을 들인 배가 154만원에 팔린다는 소식에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낙찰자가 제시한 가격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춘 숫자였다.
이후 낙찰자는 거북선을 체험학습용으로 쓰려고 했지만, 거대한 크기의 배를 옮길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인도를 포기했다. 거제시는 결국 당초 계획대로 거북선을 해체하기로 했다.
거제시는 거북선이 완전히 철거되면 남은 폐기물을 불에 태울 예정이다. 철근 등은 고물상으로 팔 계획이다. 철거 비용은 2000만~30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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