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발행·보유 상장사 회계처리 명확해진다…주석 공시도 의무화"
"기업 공시 투명화해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정보 제공"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보유한 기업에 대한 회계처리 감독 지침을 마련한다. 기업마다 제각각이고 불분명했던 회계처리 방법을 일관되게 추진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재무제표에 가상자산 보유 거래정보에 대한 주석공시도 의무화된다.
해당 지침이 적용되는 대상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될 수 있는 가상자산을 모두 포함하며,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토큰증권도 적용 대상이다.
가상자산 거리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은 가상자산 발행자와 보유자, 사업자 등 거래 주체별로 나눠서 볼 수 있다. 가상자산 발행자의 회계처리에서 중요하게 살펴볼 부분은 고객에게 발행한 토큰을 매각하고 받은 금전적 대가를 즉시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앞으로 판매 목적 토큰의 경우 가상자산을 사간 보유자에 대한 의무를 모두 완료한 이후 매각 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했다. 발행사는 토큰을 발행할 때 가상자산 이전→플랫폼 구현→플랫폼 내 재화·용역의 이전 등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의무를 완료하기 전에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 이는 수익이 아닌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
또 발행사가 가상자산과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출된 원가는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예컨대 국내 상장사들이 발행한 토큰의 경우 ‘미래’에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 경제적 효익을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토큰만 개발된 시점에선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부채로 처리해야 한 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지침이다. 자체 유보한 가상자산의 경우 특허출원료와 같이 예외적으로 원가가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있는 회사는 10개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회사로는 카카오(BORA, KLAY), 위메이드(위믹스), 넷마블(MBX, FANCY), 네오위즈홀딩스(NEOPIN), 다날(페이코인) 등이 있는데, 이들은 2018년부터 해외 자회사를 통해 가상자산을 발행해왔다. 가상자산 발행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30~40여개에 이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가상자산을 발행한 국내 기업의 경우 개발부터 발생까지 발생하는 여러 사건과 거래에 대해 회계처리가 불분명해 회사와 감사인(회계법인)이 이견을 표출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감독업무의 구체적인 지침 마련으로 앞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해당 지침은 현시점에 주요 가상자산 발행사들이 하는 회계처리 방법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수준으로 회계지침을 적용받는 대상은 발행자. 보유자 사업자 모두 ”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해선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상 토큰증권에 해당할 경우만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이 아닌 금융자산·부채로 분류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고객이 위탁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의 경우 해당 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을 고려해 회계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쉽게 말해 고객의 자산을 지켜낼 수 있는 보호 장치가 미비하거나, 사업자가 해당 자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끔 암묵적인 제도가 있다면 이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위탁 자산에 대해 해당 소유권이 고객에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해킹이 발생했을 때 어떤 고객의 것이 탈취됐는지 증명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이는 사업자가 부채로 인식하는 것으로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가상자산업자가 에 위탁된 고객의 가상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8조3067억원에 달한다. 주요 보유자산을 보면 비트코인이 3조6484억원으로 20%에 육박하고 리플(3조2244억원·17%), 이더리움(2조3902억원·13%) 순으로 나타났다.
주석공시도 의무화…내년 분반기 재무제표 반영될 듯
가상자산 발행자, 보유자, 사업자 모두 주석공시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발행자의 경우 가상자산의 수량과 특성, 사업모형 등 일반적인 정보와 가상자산 매각 대가에 대한 수익 인식, 이를 위한 회사의 판단까지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유보한 물량의 사용 명세와 보유 정보 등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가상자산 보유자도 가상자산의 장부가와 시장가치 정보 모두 주석에 담아야 한다.
사업자는 고객 위탁자산을 부채로 인식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탁 보유하고 있는 모든 가상자산의 시장가치, 물량 등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해킹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 수준 등에 대한 정보도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석공시를 통해 기업 간 비교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유용한 정보가 제공될 것”이라며 “회사와 외부감사인 간의 회계기준 해석과 관련한 이견도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에 발표한 회계지침에 대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10~11월 중 회계제도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의결 과정을 거쳐 지침을 공표할 방침이다. 회계지침은 공표 증시 시행되며 주석공시 의무화는 이르면 내년 1월 이후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마련됐다고 가상자산 자체가 지닌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가상자산 투자는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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