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전문기자 "오염수 방류 안전? 그건 신화"

김지운 2023. 7. 11. 1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후쿠시마 거주하는 마키우치 쇼오헤이씨... "일본, 원자력 다룰 자격 없다"

[김지운 기자]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IAEA의 종합보고서를 함께 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 발표 이후 안정성에 대한 국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다큐멘터리 <차별>의 공동연출인 필자는 포럼후쿠시마극장 상영으로 일본 후쿠시마시를 방문했다.

이때 오염수 방류에 대한 후쿠시마의 현지 분위기를 들어보기 위해 독립언론매체 우네리우네라(www.uneriunera.com)의 편집인 겸 기자 마키우치 쇼오헤이(牧内昇平)씨를 만났다. 그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전문기자다.

다음은 마키우치 쇼오헤이 기자와의 일문일답. 

"오염수 방류 '기준' 충족하면 안전? 그건 신화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아사히 신문에 입사해 후쿠시마, 사이타마의 지국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경제부 기자로서 전기·IT·재무성을 담당했으며 2020년 6월 말에 아사히 신문사를 퇴사했습니다. 같은 해 3월부터 후쿠시마시로 이주를 해서 독립언론매체 우네리우네라를 창간, 원자력 발전 문제를 중심으로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만일 정부, 도쿄전력의 방침대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가 되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보고서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해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는 반대합니다."

-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가 100% 안전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준'을 충족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기준'은 원자력발전소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기관, 즉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으로 실제로 그 '기준'의 허술함도 지적되고 있어 100%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또, 그들이 말하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모든 일이 정확하게 예상한 대로 진행되었을 경우뿐이며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고여 있는 오염수의 약 70%는 그들이 말하는 '기준'을 크게 넘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지금까지도 고장을 반복하고 있어 예상대로 기능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원래 자연조건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통제되었다면 원전 사고 자체가 일어날 수 없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2023년 7월 5일 일본 북동부 오쿠마의 손상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한 가운데 실험실에서 처리된 폐수로 채워진 어항에 넙치에게 먹이를 준 후 빈 병을 보여주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해양 방출의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1원전 부지 내 오염수 저장탱크가 꽉 차는 시기가 가까워져 폐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탱크군을 철거해야 하며 따라서 해양 방출이 불가피하다고 일본 정부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폐로 작업의 진척이 더디기 때문에 기존 탱크를 서둘러 철거할 필요도 없고 탱크 부지를 넓히는 노력을 할 여지도 있습니다. 삼중수소(트리튬)을 분리하는 기술은 많이 제안되어 있는데, 정부는 그 검토를 도쿄전력에 맡기고 스스로는 검토를 중단해 버렸습니다. 대형 탱크에 의한 장기 보관이나 콘크리트로 굳혀 보존하는 방안도 국내·외에서 제안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안이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는 한 해양 방출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설령 대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진 후 해양 방출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더라도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오염수 문제는 원전 사고 직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현재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일본 정부의 명백한 잘못입니다. 일본 정부로서는 그 잘못을 인정하고 총리 이하 각료의 진지한 사죄와 함께 원자력을 추진해 온 지금까지의 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오염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없는 정부가 본질적으로 더 위험한 원자력을 다룰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언론과 결탁해 '해양 방출은 안전하다'는 선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은 후쿠시마 사고 전, 원전 안전 신화를 믿었던 것을 떠올리며 해양 방출 안전 신화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합니다."

피폭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후쿠시마 주민들 
 
 후쿠시마현 독립언론매체 우네리우네라의 마키우치 쇼오헤이 기자
ⓒ 우네리우네라
 
- 오염수 방류에 대한 후쿠시마현 당국과 시민, 지역언론들의 반응은?

"정부의 해양 방출 선전에도 불구하고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양 방출을 반대하는 후쿠시마 시민의 비율은 아직도 큽니다. 현내의 약 70%의 시정촌(일본의 행정 구획의 명칭, 우리나라의 시·읍·면과 비슷함) 의회는, '해양 방출에 반대 혹은 신중하게 검토하라'라는 의견서를 가결했습니다. 어업인 단체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행정 수장인 후쿠시마현 지사 우치호리 마사오(内堀雅雄)는 그러한 시민의 소리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부의 해양 방출 방침을 추종할 뿐입니다. 적어도 해양 방출 문제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현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은 세상 움직임의 겉모습밖에 전달하지 않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미래에도 안전한 바다를 지킨다는 예방 원칙의 관점에 근거한 보도는 현지 후쿠시마를 포함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의 해양 방출 선전은 TV CM과 신문 광고에 의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언론에 비판적인 시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현지 언론이 지적하는 해양 방출 과제는 '풍평(소문)'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주된 요인은 후쿠시마현청이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말을 지상 명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은 언론기관으로서의 긍지를 되찾고 해양 방출 문제가 갖는 본질적인 과제를 자사의 책임으로 (여기고) 주저하지 말고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시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 오염수 방류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일본 내에서도 많은 시민단체가 해양 방출에 반대하며 거리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일정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관심층이 얼마나 이 문제를 생각해 줄 것인가가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후쿠시마 시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

"저는 2020년부터 후쿠시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후쿠시마 현 내의 거의 모든 사람이  원전 사고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사선 피폭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후쿠시마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원전이 없어지지 않는 모순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키우치 쇼오헤이씨와의 인터뷰 중 '원전 안전 신화', '해양 방출 안전 신화'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 문제를 '안전 신화'에만 맡길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정부도 일본정부, 도쿄전력,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신화'에 기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