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총리 "그로시에 편지라도 써야"…답답함 토로, 왜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편지라도 하나 써서 보내야 할 것 같다.”
지난 1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모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며 전한 말이다. 한 총리가 이런 말을 꺼낸 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주 한국에서 겪은 고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SNS나 이메일은 이미 야당 지지자에게 악플 테러를 당한 거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할 방법이 편지 외엔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방한해 9일 한국을 떠난 그로시 사무총장의 2박 3일 일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야당 지지자와 민주노총 등의 시위에 2시간가량 공항에 갇혀있다가 화물청사 통로로 겨우 빠져나갔다. 9일 더불어민주당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했을 땐 야당 의원의 호통은 물론 그 지지자들로부터 “이 XX야 일본에서 얼마나 돈 처먹었냐”와 같은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야당에 IAEA 오염수 보고서를 설명하며 “(오염수) 태스크포스(TF)팀에는 한국 등 10여 개국에서 온 과학자가 참여했다”며 “(방류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셀프 검증, 일본 맞춤형 조사”(우원식 민주당 의원)“후쿠시마 오염수는 핵 폐수로 사실상 핵폐기물”(위성곤 민주당 의원) 등과 같은 맹비난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 필요성을 처음 개진한 건 한 총리였다고 한다. 한 총리는 지난 5월 유럽 순방 당시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센터(VIC)를 방문해 그로시 사무총장과 면담을 했다. 당시 한 총리는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한국 전문가와 연구소의 오염수 검증 참여 등을 요구하며 “IAEA에서 한국을 방문해 오염수 검토 의견을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엔 당시 한 총리의 요청이 고려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 당시 한 총리가 트리니다드토바고·파나마 순방 일정 중이라 한국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그로시 사무총장에 대한 야당의 맹비난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IAEA는 단순히 오염수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 협상 시 객관적 핵 사찰 검증을 맡는 국제기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핵 대응에 있어 IAEA의 도움은 필수적”이라며 “그로시 사무총장을 비난해 야당이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지, 또 그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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