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불' 美 휴미라 시밀러 공략…PBM 넘을 수 있을까
옵텀Rx 이어 익스프레스도 국산 시밀러 제외
CVS 미발표…추가 등재 가능성도 열려 있어
약 24조원에 달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던 국내 바이오시밀러들에 노란불이 켜졌다. 시장 공략을 위해 필수적인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처방집(formulary) 등재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졸지에 후발 주자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의 3대 PBM 중 한 곳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xpress Scripts)는 국가 선호 처방집(NPF)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그리고 산도스의 무브랜드 '아달리무맙-adaz'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앞서서는 또 다른 3대 PBM 중 하나인 옵텀Rx가 표준 처방집에 지난 1월 출시된 암젠의 '암제비타' 및 무브랜드 '아달리무맙-atto'를 실은 데 이어 지난달 23일 실테조와 하이리모즈, 아달리무맙-adaz를 등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지난 1일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렸음에도 아직 국내에서 개발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는 아직 중요 PBM을 공략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PBM 등재 못 하면 사실상 판매 불가능…'리베이트'로 복잡해진 가격 전략
PBM 공략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의약품 시장 구조가 한국과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불법인 리베이트도 미국에서는 허용되기 때문에 시장 접근 전략은 더욱 복잡해진다.
우선 PBM은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와 약가 및 리베이트 수준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약국에서 실제로 처방 가능한 약제 목록인 처방집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공보험 영역에서도 PBM에 이 같은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도 많다. 휴미라와 같은 일부 특수의약품은 PBM의 처방집에 등재되지 않는 한 사실상 약국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처방집에 등재되고, 이 중에서도 어느 등급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제품의 성패가 갈린다.
이 같은 구조에 리베이트가 결합하면서 출시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가격이 제각각이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브랜드와 할인율을 다르게 한 '무브랜드' 제품이 출시되는 상황이다. 우선 하드리마의 유통사인 오가논은 도매가격(WAC)을 휴미라의 월 6922달러(약 900만원) 대비 85% 인하한 1038달러(약 134만원)로 정했다. 반면 유플라이마의 해외 판매를 맡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플라이마의 WAC를 오리지널 대비 5%만 낮춘 6576.5달러(약 850만원)로 시장에 내놨다. 같은 국산 바이오시밀러끼리도 무려 약 5500달러의 월 비용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바이오시밀러 회사들 역시 이 같은 가격 전략을 내놓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유일하게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을 확보한 실테조의 가격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비슷하게 오리지널 대비 5~7% 낮춰 잡았다. 또 암젠과 산도스는 정식 브랜드 제품은 5~7% 수준으로 할인율을 설정하고, 성분명 등으로만 판매가 이뤄지는 무브랜드 제품의 가격은 최대 81% 낮추는 복합 전략을 채택했다.
우선 고가 전략을 내건 곳들은 대형 PBM 등재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PBM에게 지급되는 리베이트는 약가의 일정 비율로 책정되기 때문에 높은 약가는 오히려 PBM들에게 더 많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원동력이 된다. PBM 입장에서는 할인이 덜 된 약이 더 많이 팔려야 더욱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저가 전략은 이와 반대로 리베이트 경쟁력을 다소 잃더라도 저가 제품을 채택하라는 정책적 압력을 통해 PBM 등재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복합전략을 택한 곳들은 이를 모두 펼침으로써 더 빠르게 시장 장악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빠르게 닫히고 있는 PBM 등재의 문…셀트리온 "이달 말 결과 발표"
현재 미국의 휴미라 PBM 시장은 CVS케어마크(33%)와 익스프레스 스크립트(24%), 옵텀Rx(22%) 등 3개 대형 PBM이 약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처방집 등재에 성공하면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등재에 실패한다면 앞으로의 시장 공략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옵텀Rx의 초기 등재 목록에 유플라이마와 하드리마가 탈락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며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관련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아직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CVS케어마크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처방집에 올리지 않은 상태이고 다른 PBM들도 기타 바이오시밀러를 올리지 않겠다고 단언하지는 않은 만큼 여전히 시장 공략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우선 옵텀Rx의 경우 이미 공개된 등재 목록 외에는 추가 등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목록은 옵텀Rx 내에서 55%의 비중만을 차지하는 사보험에 대한 목록이다. 즉 여전히 45%의 공보험 관련 목록 등재 가능성이 열려있고,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PBM의 비 투명한 조직 특성상 추가 등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는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되는 대로 각 제품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처방 목록 등재에 필요한 임상 기준을 충족하는지 개별 검토를 계속 진행하겠다"며 추가 등재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11일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공지하면서 "당사는 미국 아달리무맙 시장의 40%를 대상으로 하는 처방집에 등재하려는 목표에 따라 PBM 등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계약 건들이 있고, 다수의 PBM과의 협의를 통해 결과를 이달 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오가논을 통해 주요 PBM들과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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