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이익 버리고 민주노총에 휘둘리는 현대차 노조
정권퇴진 요구 정치파업에 조합원들만 피해…"임금이나 신경 써라" 반발도
현대자동차가 2018년 이후 5년 만에 파업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노사 교섭 상황에서 벌어진 갈등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를 앞세운 노조 상급 단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에 따른 것이다.
재계에서는 기아에 이어 현대차까지 쟁의권 없는 노조의 불법 정치파업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을 정부가 방치한다면 두고두고 안 좋은 선례가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조합원 이익과 무관한 정치 파업 때문에 왜 손해를 봐야 하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오는 12일 오전, 오후 근무조별로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정부와 재계에서 불법 파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파업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파업 시간이 짧은 만큼 생산 차질은 2000여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을 이뤄냈다. 이번 파업이 강행될 경우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행진이 무산된다.
‘쟁의권 없는 정치파업’이라는 선례도 남게 된다. 현행법상 노조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때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일단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후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이견이 클 때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조정기간을 거친 뒤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질 때 노조에 쟁의권이 주어진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에게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에 따라 공장을 멈춘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개혁 저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을 벌이라는 선동에 부응해 현대차 노조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던 교섭 테이블을 접은 채 대놓고 불법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불법 파업을 비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대차 노조의 불법정치파업 참여는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29년만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 등 미래차 투자를 확대하며 세계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할 것”이라며 “자동차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명분 없는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금속노조 및 현대차 노조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는 일부 노조는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파업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아 절차상으로도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노동위원회는 파업의 대상이 되지 않거나, 노동쟁의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행정지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조합원 이익과 무관한 정치파업 때문에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된 상황에 대한 반감이 팽배하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임금, 상여금이나 신경 써라”, “노조 간부들 국회진출이 목표인가”라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역시 불법파업은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과 국민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불법파업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 기아 노조가 지난 5월 31일 금속노조 총파업 지침에 따라 쟁의권 없이 8시간 파업을 벌인 일이다. 당시 불법파업을 방치하면서 이번에 현대차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쟁의권 없이 파업을 벌이고도 무사한 사례가 있으니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게 아니겠는가”라며 “현대차 노조로서도 기아 노조가 불법 파업을 강행했는데 체면상 모른척 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기아와 현대차 노조의 연이은 불법 파업을 법적 조치 없이 조용히 넘어간다면 다른 업종과 기업에서도 대놓고 불법 파업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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