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이 이태원참사 당시 하지 않은 것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 서울 이태원에서는 안전관리 미흡으로 159명이 압사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난 총괄, 지휘업무의 책임자인 행정안전부장관의 법적·실질적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탄핵 심판의 사회적·헌법적 의미를 짚어보려 합니다. <편집자말>
[이호영]
▲ 2022년 12월 2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 권우성 |
"그 당시 상황에서 가장 긴급한 것은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구성됐다고 한다면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중대본에 참여하는, 오히려 긴급구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2022년 12월 27일,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회의 중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답한 내용이다. 여기서 해당 의원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긴급구조 이후 수습단계에서 필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장관은 동의하면서 1차 긴급구조가 중요하지 중대본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고, 중대본은 수습 단계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답한다. 그렇다면 이상민 장관의 답변은 타당한 것일까?
중대본과 통합적 재난관리
답을 찾기 위해선 재난관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난관리란 다양한 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 시키며, 발생한 재난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정상상태로 복구를 돕는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이뤄진다.
재난관리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재난의 종류별로 관련 부처에서 분산해 관리하는 '유형별 분산관리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재난을 통합된 하나의 기관이 관리하는 '통합관리 방식'이다. 전자인 유형별 분산관리 방식은 재난에 따른 개별 특징을 강조하는 전통적 재난관리 방식으로, 개별 재난은 다를 수밖에 없고 대응은 관계기관이 가장 잘할 테니 각 책임기관을 재난 유형별로 다르게 배정해 관리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방식은 유사기관간 중복 및 과잉대응의 문제를 낳았고 난해한 계획서의 비현실성, 기관간 조정·통제의 어려움 등 반복되는 문제들을 야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것이 통합관리방식(IEMS)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설립의 이론적 근거이며, 어떤 재난이든 대응방식은 유사하다는 인식 아래 재난관리의 전체과정을 하나의 기관이 종합 관리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원을 하나의 기관에 통합 관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합재난관리기관이 대응 기능별 책임기관을 지정하는 한편, 재난대응 참가기관들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국가위기관리학회 엮음, 재난관리론, 27~28쪽 요약)
▲ 2022년 11월 1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
ⓒ 이희훈 |
국정조사 중에 있었던 이상민 장관의 답변을 해석하면 ①재난의 대응·복구 중 대응은 긴급구조에 해당하니 이는 소방이 알아서 하고 중대본은 복구 업무에 집중하면 되고 ②총괄은 사전적 의미로 모든 일을 한데 묶어 관할한다는 의미이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추상적인 명령이라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우리는 이미 2004년 재난안전법을 제정하면서 통합관리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정이유서를 살피면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중략)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안전관리업무에 대한 총괄조정 기능 보강'을 명시하고 있다. 재난안전법 제14조 제1항은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둔다"고 규정한다.
즉, 우리 역시 재난의 통합관리방식을 이미 19년 전에 도입했으므로 중대본은 통합적 재난관리 수행기관으로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이태원참사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중대본부장으로서 긴급구조가 끝날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소방청'이 구조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박차를 가하도록 독려했어야 했다. 현장이 인파로 뒤덮히고 차들도 오갈 수 없어 원활한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신속히 확인해 '경찰청'으로 하여금 통로를 확보하고 현장을 통제하도록 지시 했어야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환자를 응급실로 신속히 후송하여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으며,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용산구'가 신속히 신원을 확인하게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장례 등 지원을 원활히 하도록 독려했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를 하지 않았다.
"중대본 역할의 핵심은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것이고요. '구조는 소방이 하는 거니까 중대본은 방해하면 안 된다' 이런 얘기는 중대본의 책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중략) 10․29 이태원 참사 대응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중대본이 이런 상황 총괄 통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을 해요." - 장혜영 위원
국정조사 중 장혜영 의원의 발언은 중대본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지 않았는지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2004년 재난안전법 제정 이후 중대본이 갖는 재난대응의 '총괄·조정' 임무는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다. 재난대응에 필요한 대응 기능별 책임기관을 지정하고 참가기관들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하라는 구체적 명령이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국민의 생명권은 침해됐다. 그가 탄핵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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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호영씨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인 법학박사입니다. 이 기사는 10.29 이태원참사 홈페이지(www.1029act.net)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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